[한미재무학회칼럼]

온실가스 글로벌 규제의 한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2 17:53 수정 : 2019.11.12 17:53
이달 초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에서 공식적으로 탈퇴하겠다고 유엔에 통보했다. 미국 정부의 움직임은 과연 기후변화로 인한 건조한 날씨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의 원인이었느냐는 논의와 맞물려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가 상당히 이뤄지고 있으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경제학적 논의는 아직 미흡한 편이다. 다만 최근 지구온난화 문제가 중요한 글로벌 현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경제학과 재무학 분야에서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연구와 기관투자자들의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정부 규제의 보완책이 될 수 있는지 논의가 활발한 편이다.


런던경제대학의 니컬러스 스턴 교수는 '기후변화의 경제학'이라는 2008년 논문에서 단순히 자유시장 논리와 세금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한다. 경제적인 활동 규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에 공헌하는 정도는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대기 중에 배출되고 난 이후에는 누가 배출했는지가 아니라 축적된 온실가스의 양 자체가 지구온난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피할 수 없는 산업이 경제적 성장동력인 나라들에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할 인센티브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글로벌 차원의 규제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약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글로벌한 환경규제가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스턴 교수는 오하이오주립대의 이츠하크 벤 데이비드 교수 등과 쓴 논문에서 다국적기업들이 전 세계적 환경규제 정도에 따라 어떻게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고 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환경규제가 강한 나라에 본사를 둔 기업들은 환경규제가 약한 나라의 기업들보다 전체적인 이산화탄소 배출이 현저히 낮았다. 하지만 다국적기업들은 환경규제가 강한 나라에서 규제를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된 국가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증가시키는 전략적 행동을 보였다. 즉 한 나라의 환경규제 강화는 글로벌 차원의 규제협력 없이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위치만 변화시키는 역효과(carbon leakage)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 차원의 규제와 국제적 협력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설문을 바탕으로 최근 발표된 텍사스 오스틴대의 로라 스탁스 교수 연구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환경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포트폴리오 투자 결정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긴다고 답했다. 실제로 채권신용등급과 채권수익률이 기업들의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정도를 반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겨울에는 과연 얼마만큼 미세먼지에 대비해야 할지부터 걱정하는 한국도 온실가스 배출 이슈에서 예외는 아니다.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글로벌 협의가 얼마만큼 이뤄질 수 있을지, 환경문제에 대한 장기적 투자자들의 인식이 글로벌한 이슈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장예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교수

■약력 △35세 △고려대 경영대 학사·석사 △오하이오주립대 재무학 박사 △퍼듀대 조교수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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