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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선거와 숫자 마케팅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1 17:10

수정 2019.11.11 17:10

[fn논단]선거와 숫자 마케팅
2020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이벤트라고 한다면 아마 4월 15일에 있을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아닐까 한다. 여러 가지 이슈들이 국민의 표심(票心)을 변화시키겠지만, 그중에서 경제 이슈만을 놓고 본다면 지금 문재인정부가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때 즈음에서 경제상황을 예상해보면 아마 지금보다는 조금은 나아지는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것이 경기회복의 분위기는 아닐지라도 현재 대부분 경제지표가 통상적인 수준에서 크게 멀어져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기는 반등의 양상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그때의 실제 경기가 그런 모습일지라도 우리가 보는 경제지표의 숫자는 2019년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통계를 취합하고 정리하고 작성하는 데 불가피하게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바로 '숫자 마케팅 (Numeric Marketing)'이라는 각인효과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대상을 많은 글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일단 설명이 간결해서 좋고, 숫자와 대상 간 충분한 연결고리만 있다면 숫자를 보면서 대상을 바로 떠올리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는 자기도 모르게 숫자가 글자보다 과학적이고 정확하고 객관적이라는 인식을 한다.

그런데 올해와 같은 한국은행의 국민계정통계 공표 일정이라면 유권자가 투표하기 전에 볼 수 있는 경제성장률은 2019년까지이다. 물론 3월 수출과 3월 고용지표까지는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한국 경제의 상황을 대표하는 핵심 지표는 국민계정, 즉 경제성장률이다. 지금 가장 큰 관심은 2019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2%를 넘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 1.9%와 2.0%의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나 그것의 각인효과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유권자가 마지막으로 보는 경제성적표인 2019년 경제성장률이 1%대인가 2%대인가가 표심을 바꿀 수도 있다.

그래서 현 정부의 입장에서는 4·4분기 국내총생산(GDP)을 열심히 끌어올려 연간 경제성장률 2%를 달성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정부가 무얼 한다고 해서 성장률이 크게 변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1%대가 나오든 2%대가 나오든 정부의 책임이 아니란 것은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한국 경제는 계획경제가 아니라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경제이다. 정부는 거들 뿐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민간이다.

그럼에도 하필 총선 직전연도인 2019년의 경제성장률 예측범위 안에 2.0%가 걸리게 되는 것이 우연의 일치치고는 절묘하다. '1'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과거 전 세계적으로 매우 거대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거의 경험한 적이 없는 경제성장률의 수준이다. 그러기에 '1'이라는 숫자의 각인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거는 경제 이슈가 아니라 정치·사회 이슈로 치러지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실제로 경험상 과거 주요 선거에서 경제 이슈가 크게 부각되었던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경제성장률이라는 2019년의 경제성적표가 어떤 숫자일지, 그리고 그것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몹시 궁금해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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