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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바닥쳤다"… 금융시장, 위험자산으로 급선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1 17:06

수정 2019.11.11 17:06

위안·원화·호주달러 등 동반 상승
신흥시장 주식·상품 등 상승세
금·엔화 등 안전자산은 '하락'
"세계경제 바닥쳤다"… 금융시장, 위험자산으로 급선회
금융시장의 돈이 금·채권 등 '안전자산'에서 신흥시장 주식·상품 등 '위험자산'으로 급속히 몰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조만간 끝나지 않겠느냐는 낙관이 작용한 덕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일부 관세철회는 합의한 적이 없다며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하면서 무역합의가 다시 안갯속에 빠져들고는 있지만 확실해지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시장의 속성이 위험자산 선호를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또 일부에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세계 경제가 이제 바닥을 다지고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하고 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유럽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풍부한 유동성을 제공하면서 시장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제가 최적의 상태에 있는 '골디락스'의 미니 버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시장 분위기는 최근 급속도로 바뀌면서 투자자들이 상품부터 신흥시장 주식·통화 등에 이르기까지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갈아타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이전 낙폭을 일부 만회하고 있고, 일부 장기 유럽 국채는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금·일본 엔은 하락하고 있다. 안전자산에서 돈이 빠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빠져나온 돈은 위험자산으로 흘러들고 있다.

우선 통화시장 움직임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으로 수년 동안 저조한 움직임을 보이던 영국 파운드는 협정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수년 만의 최저치에서 6% 넘게 가치가 급등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자체 경기둔화 속에 '달러당 7위안'이 무너지는 이른바 '포치'에 맞닥뜨리며 신흥시장 통화 연쇄하락을 불렀던 중국 위안도 무역합의 기대감 속에 상승하며 '달러당 7위안'을 회복하는 이른바 '회치'로 돌아섰다. 덕분에 관련 통화들도 상승세다. 한국 원과 호주달러 등 세계 경제성장과 교역에 민감한 통화들이 동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상품도 강세로 전환했다. 뉴욕증시의 나홀로 상승세가 주가 고평가 우려를 부르는 가운데 신흥시장 주식과 상품이 저평가됐다는 판단 속에 투자자금이 뉴욕증시에서 빠져나와 신흥시장과 유럽증시, 구리·석유·커피 등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10월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뒤 신흥시장 주식과 석유는 각각 7% 가까이 올랐고, 유럽 주식 역시 비슷한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대로 가면 올해 미·유럽·신흥시장 주가상승폭은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비 10% 이상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 경기둔화 속에 미 경제도 침체로 빠져들 것이라며 우려하던 투자자들이 낙관으로 급선회한 데 따른 것이다. 피에라캐피털의 캔디스 뱅선드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최악은 아마도 이미 지났으며 세계 경제가 바닥을 다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초기 조짐들이 일부 보인다"고 낙관했다.
뱅선드 매니저는 독일·영국의 경제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JP모간 글로벌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석달째 반등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유니제스천의 올리비에 마르시오트 선임부사장도 안정적인 경제성장, 낮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저금리 기조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베이비 골디락스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광범위하게 투자에 나서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세테라투자운용의 진 골드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이외 지역에서 확실한 기회가 보인다"면서 "지표들은 아직 대단한 수준이 아니지만 매우 낮은 전망치를 상회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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