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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미·중 관세철회 합의, 세계경제 숨통 터주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8 17:08

수정 2019.11.08 17:08

미국과 중국이 단계적 관세철회에 합의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7일 "양국이 합의 진전에 따라 부과돼온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세를 얼마나 철회할지는 향후 합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측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외신들은 익명의 관리의 말을 인용해 합의 사실을 확인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백악관 내부의 대중 강경파들이 관세철회 합의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중국은 양국이 동시에 같은 비율로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 합의 달성의 중요조건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에 따라 최종 합의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다. 관세철회의 세부내용과 합의서 서명 시기, 장소 등은 추가 협상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이 끝나는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깃발을 내세워 무역전쟁에 나섰다. 주된 목표물은 중국이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25% 관세를 매겼다. 올해 9월부터는 1120억달러 규모 중국산 의류·공구·전자제품 등에도 15%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다음달에는 1560억달러 규모의 소비재 상품에도 15% 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고율관세 부과로 맞대응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세계경제의 동반부진이라는 재앙을 몰고 왔다. 그중에도 최대 희생자는 한국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율, 즉 무역의존도가 세계 1, 2위를 다툰다. 그만큼 무역을 해서 벌어먹고 사는 나라다. 게다가 중국과 미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상대국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불똥이 날아들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14.7% 줄며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그 여파로 지난 3·4분기에 0.4% 성장에 그쳤다. 올해 연간으로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성장·저고용·저물가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세계경제 동반부진과 한국 경제성장률 추락을 전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경제는 물론 미국경제에도 해악을 끼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은 세계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관세폭탄을 신속히 거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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