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어디서 껴" 강기정과 '4년전 박승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7 17:03 수정 : 2019.11.07 17:32
"제가 말씀드리면 되겠습니까? 제가 답변…." vs. "기다리세요. 어디서 껴!"

"아니요, 저에 관한 얘기는 제가 답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vs. "박승춘! 끼어들지 말라니까. 위원장, 저것 좀 제지해 주세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015년 10월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국가보훈처 국감현장 발언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강기정 의원(현 청와대 정무수석)은 추경호 당시 국무조정실장에게 이념 편향 논란을 일으켰던 보훈처의 나라사랑교육 관련 질의를 했다. 질의 도중 박승춘 보훈처장이 입장을 밝히려하자 강 의원은 "어디서 불쑥 끼어드느냐"며 발끈했다.


그로부터 4년 뒤. 2019년 11월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국감 현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미사일방어(MD) 관련 설전을 벌이자, 강기정 정무수석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버럭했다.

"아니 답변을 요구하고는 우기다가 뭐예요" vs. "강기정 수석! 어디서 고함을 질러!"

"우기다가 뭐냐고. 내가 증인이야. 똑바로 하세요" vs. "내가 당신에게 물어봤어?"

피감기관을 비판하던 야당 소속의 강 의원이 공수를 바꿔 청와대 소속 강 수석으로 국감장에 출석한 자리였다. 강 수석은 자신에 대한 질의가 아님에도 4년 전 박승춘 처장처럼 불쑥 나섰다.

차이가 있다면 국회에 대한 태도다. 박 처장은 강경하지 않았고, 강 수석은 매우 강경했다. 강 수석이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발끈'한 점이 유사할 뿐이다. 막상 본인이 당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해도 강 수석의 처신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됐다.

국감장에서 누구나 강 수석처럼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면 모든 국감은 아수라장이 되면서 진작에 폐지됐을 것이다. 강 수석은 "야당 입장에서 다른 생각이 있어도 공식 발언을 하면 받아줘야 한다"며 자신이 발끈했던 배경을 설명했지만, 4년 전 강 수석은 박 처장에게 답변 기회조차 주지 않았음을 되새겨야 한다.

국감장에서 본분을 잊고 과거의 자신을 잊은 채 일갈한 그의 모습은 전형적 '내로남불'로 다가왔다.

야당 국회의원과 청와대 참모의 역할은 엄연히 다르다. 자리가 달라진 만큼 입을 통해 나가는 파장은 달라진다.

강 수석은 1차원적인 감정표현을 하기에 앞서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자질을 지켰어야 했다. 독립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실수하는 것과 대통령을 모시는 참모진의 실수는 차원이 다르다.

정말 강 수석은 자신의 처신이 정치적 후유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강 수석은 3선을 지낸 '노련한' 정치인이다. 정치권의 생리를 잘 아는 그가 굳이 국감장에서, 더욱이 제1야당 원내대표 발언에 발끈한 것은 노림수가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욱이 논란 이후 유감을 표한다는 강 수석의 발언에 진정성이 담겼다고 볼 개연성은 적어 보인다.

어쨌거나 내년 총선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그의 행보는 더욱 관심을 받게 됐다.

국감장에서 제1야당에 "똑바로 하라"며 날린 그의 경고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을 향한 출마선언쯤으로 보이는 건 왜일까.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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