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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역설하며 中 견제하는 美…지소미아·방위비 연계?

뉴시스

입력 2019.11.07 12:03

수정 2019.11.07 12:03

방한 스틸웰 등 美 당국자들 '한미동맹' 중요성 수차례 강조 지소미아·방위비 압박보다는 인도·태평양 동참 설득인 듯 美, RCEP 타결 후 中 견제-동맹 관계 재결속 나서는 분위기 스틸웰 "한미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안보 핵심축" 韓, 美 우려 덜어주며 지소미아·방위비 등 해법 모색 시도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해리 해리스(왼쪽부터) 주한 미국대사,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0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해리 해리스(왼쪽부터) 주한 미국대사,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11.0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들이 최근 잇따라 방한해 청와대, 외교·안보부처와 접촉에 나선 것은 양국 동맹 관계를 재결속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밀착'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면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양국간 현안을 풀어가는 모습이다.

7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전날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을 각각 70여분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스틸웰 차관보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한미 동맹이 동북아 안보에 있어 핵심축(linchpin)임을 누차 강조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우리 측은 이번 면담에서 지소미아아 방위비 문제에 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는데 주력한 반면, 미국 측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을 상대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되자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RCEP에는 우리나라와 일본, 아세안,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어 협정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입장에서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

【서울=뉴시스】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키이스 크라크(Keith Krach) 미국 국무부 차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11.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키이스 크라크(Keith Krach) 미국 국무부 차관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9.11.06. photo@newsis.com

미 국무부는 RCEP 협정문 타결 직후 발표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공유 비전의 증진'보고서에서 이 지역에 대한 관여가 미국의 최우선 순위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미국은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협력관계를 강화해 왔다"며 "우리와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과의 동맹은 세대에 걸쳐 평화와 안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비전과 접근법이 한국의 신남방정책을 비롯해 일본과 호주가 제시한 인도태평양 개념, 인도의 신동방정책, 대만의 신남향정책 등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를 비롯해 키이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차관,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등 한국 관련 핵심 당국자들이 최근 잇따라 방한한 것도 한미 동맹 관계를 재결속하기 위한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금이 논의 주제지만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설득하기 위한 의도가 더 크다는 해석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잇따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관계와 동맹은 인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pin)"이라고 강조했다.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는 우리측을 압박하는 발언 대신 "환상적인 논의(fantastic discussions)를 했다"는 표현을 썼다.

한국과 미국은 전날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크라크 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여한 '제4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nior Economic Dialogue)'에서 한미 경제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이 고위급 경제협의회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은 경제 관계를 한미 동맹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계한 실질적인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강경화(왼쪽 세번째)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왼쪽 첫번째)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키이스 크라크(왼쪽 두번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태호 외교부 2차관. 2019.11.06.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강경화(왼쪽 세번째)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왼쪽 첫번째)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키이스 크라크(왼쪽 두번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태호 외교부 2차관. 2019.11.06.photo@newsis.com

우리 정부는 RCEP 등을 통해 신남방정책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중국 밀착'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면서 미중 사이에서 균형 잡기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태국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한국은 '신남방정책'으로 아세안, 인도, 태평양 연안의 나라들과 공동번영을 이루고자 한다"며 "다양한 지역협력 구상과 연계해 인도 태평양의 상생협력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올해 6월 아세안 정상들이 채택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AOIP)의 관점'을 환영하고 아세안 중심성,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과 국제규범 존중 원칙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우리의 신남방정책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인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미국이 한미 동맹 관계 재결속에 나선 것은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미국이 최근 접촉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은 '동맹에 대한 책임을 다하라'는 압박 성격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안보·전략적 가치가 그만큼 높다는 평가라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있어서도 우리의 입장을 미국 측에 설득하는 데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김 차장과 스틸웰 차관보, 에이브럼스 사령관과의 면담에 대해 "그동안은 양국이 갖고 있는 생각을 언론을 통해 접하거나 짧은 시간 동안 읽어냈다면, (이번 면담에서는) 양국 실무 당사자들이 만나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명확하게 설명을 한 것"이라며 "서로의 입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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