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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등진 투자자들… 파생상품 잔고 두 달 새 1조 증발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6 17:31

수정 2019.11.17 11:32

DLF사태로 은행판매 불신 확산
4개은행 판매잔고 11.3% 급감
은행 등진 투자자들… 파생상품 잔고 두 달 새 1조 증발

원금의 최대 90% 손실을 낸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불거진 이후 4대 시중은행들의 파생형 펀드 판매잔고가 두 달 새 1조원 넘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판매잔고가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파생형 펀드(공모·사모 합산)의 판매잔고는 8조54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하나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들의 DLF 불완전 판매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7월 말(9조6402억원)과 비교해 11.3%(1조933억원) 급감한 것이다. 현재 은행에서 판매되는 파생형 펀드의 대표 상품은 주가연계펀드(ELF)와 DLF다. 은행별로 파생형 펀드를 살펴보면 이번에 문제가 된 사모펀드의 감소폭이 컸고, 이 여파로 공모펀드의 판매잔고도 동반 감소했다.


하나은행의 공모·사모 파생형 펀드 판매잔고는 7월 말 2조5761억원에서 9월 말 1조9666억원으로 23.7%(6095억원) 급감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파생형 펀드 판매잔고도 1조7436억원에서 1조5180억원으로 12.9%(2256억원) 줄었다.

이번에 DLF 사태를 비껴간 다른 은행들의 판매잔고도 감소했다. ELF와 DLF 등 투자상품을 기피하는 대신 예금 등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움직임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의 공모·사모 파생형 펀드 판매잔고는 9월 말 기준 2조6955억원으로 7월 말(2조8982억원) 대비 7.0%(2027억원) 줄었고,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판매잔고도 2조3668억원으로 7월 말(2조4223억원)과 비교해 2.3%(555억원) 감소했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파생형 상품은 펀드인 ELF, DLF 뿐만 아니라 신탁 형태로 판매하는 주가연계특정금전신탁(ELT), 파생결합증권신탁(DLT) 등이 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전체 파생상품의 감소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8월부터 DLF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지고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ELF나 DLF 등 투자 상품에 대한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그동안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던 은행들도 과도한 영업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ELF, DLF 기피 현상으로 파생형 펀드 판매잔고가 크게 줄고 라임자산운용이 1조5587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는 사태까지 겹치면서 은행권의 전체 사모펀드 판매잔고도 감소했다.
전체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9월 말 27조7570억원으로 7월 말(29조51억원) 대비 4.3%(1조2481억원) 줄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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