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손흥민의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들 중에서 작은 짐 하나는 덜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손흥민에게 내려졌던 레드카드가 부적절했다며 3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거둬들였다. 의도가 없었던 행위에서 비롯된 불운한 사고였음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가슴과 정신을 누르고 있는 인간적 고통까지 갑자기 사라지기는 어렵다. 지금 손흥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시의 사고를 빨리 잊고 안정을 취하는 것. 그것을 돕는 방법들 중 무엇이 나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번쯤 쉬어가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그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 나을지 저울질이 쉽지 않다. 일단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엔트리 안에는 포함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선택에 관심이 향하고 있다.
토트넘이 7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에 위치한 라이코 미티치 스타디움에서 츠르베나 즈베즈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4차전을 갖는다.
2차전까지 1무1패로 부진하다 즈베즈다와의 홈 3차전에서 5-0 대승을 거두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토트넘은 세르비아로 장소를 옮겨 치르는 즈베즈다와의 리턴매치에서 상승세를 이어가야한다. 이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팀과 손흥민에 악재가 발생했다.
토트넘은 지난 4일 에버턴과 EPL 11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당시 손흥민은 후반 34분 상대 고메스에게 비하인드 태클을 시도하다 레드카드를 받았다. 고메스는 태클 이후 오리에와도 부딪히면서 발목 쪽에 큰 부상을 당했고, 그 상태를 지켜본 손흥민은 머리를 부여잡고 울먹였을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악의는 없었다. 경기 후 양팀 감독과 동료들 그리고 수많은 해설자와 칼럼니스트들이 입을 모아 "고메스의 상황은 너무도 안타깝다. 하지만 손흥민의 레드카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FA 역시 주심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판정을 번복했다. 이로 인해 손흥민은 정규리그에서도 계속해서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됐다.
출장정지 징계는 해제됐으나 손흥민이 실질적으로 뛸 수 있는 상황이 됐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손흥민은 세르비아 원정길에 동행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최종 판단에 따라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기본 배경은 갖췄다. 하지만 무엇이 보다 현명한 판단인지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출전이 필요하다는 쪽은, 도의적인 아픔은 갖고 있겠으나 손흥민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불운에 가까운 사고였기에 스스로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는 측면에서다.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마음은 괴롭겠지만 손흥민은 앞으로도 계속 축구를 해야 한다. 이번 일을 가지고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을 생각은 없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즈베즈다전에서 손흥민의 활약이 좋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손흥민은 지난달 23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즈베즈다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5-0 승리의 주역이 됐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벤치에 앉혀두기 아까운 무기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축구 관계자는 "당연히 손흥민은 계속 축구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급할 필요없다. 앞으로 뛰어야할 축구 경기가 많은데 굳이 사고 뒤에 곧바로 출전해야할까"라며 "즈베즈다전에서 좋은 활약이 나와 즐거운 경기가 된다면 아주 좋은 치료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염두에 둬야한다. 만약 좋지 않은 상황이 나오면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경기 장소가 세르비아라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즈베즈다 원정은 악명 높다. 세르비아 팬들의 응원 문화는 거친 것을 넘어 살벌하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며 인종차별적인 구호들도 서슴없다. 만약 이런 와중 손흥민에게 불필요한 비난이나 야유가 나온다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겹쳐질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동행은 했으나, 영국의 미러나 데일리메일 등 몇몇 언론들은 손흥민이 세르비아로 넘어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반면 UEFA는 손흥민이 선발로 나올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견해가 갈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신적 고통을 생각할 때 쉬어가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축구로 푸는 게 나을지, 쉽지 않은 갈림길이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