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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6G시대, 지금 준비해야 선점… 연구개발 예타 순항 중"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5 17:24

수정 2019.11.06 09:43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에게 듣는다
5G 상용화 ‘최초’ 타이틀 안주 안돼.. 융합 통해 신규 서비스 생태계 구축
세계시장서 6G로 치고나갈 전략 필요
비즈니스 모델 R&D 적극 지원할 것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기술 개발사업, 내년부터 10년간 1조 투입 본격 진행
국내 AI 석박사 美명문대학 위탁교육, 아카데미 도입 등 인재 양성에도 박차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이 5일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 사업과 ICT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제공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이 5일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 사업과 ICT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제공
우리나라가 6세대(6G) 이동통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사업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5세대(5G)에서 얻은 세계 최초 유전자를 6G로 전이 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의도로 풀이된다. 5일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은 "우리가 6G 시대를 대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 기술성 평가는 통과됐고 본 예타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석 원장은 우리나라가 지난 4월초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하면서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지만 '최초 타이틀'에 취해 현실에 안주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즉, 융합을 통해 5G 신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5G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론이다. 이어 그는 일본의 경제제를 계기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 육성 차원에서 내년에 131억원을 투입해 5G 장비.단말부품 국산화와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2020 정보통신기술 10대 이슈'로 5G, 보호무역주의, 인공지능(AI), 규제, 모빌리티, 신남방.신북방 정책, 구독경제, 반도체,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변화, 친환경 ICT 등을 꼽았다. 이외에 그는 오는 2020년부터 10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기술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것도 소개했다. 체신부를 시작으로 과기정통부까지 30여년 공직생활 동안 'ICT강국 코리아' 실현을 위해 열정을 쏟아온 석제범 원장을 만나 1시간여에 걸쳐 ICT산업의 현황과 발전방향 등에 대한 혜안을 들어봤다.

[인터뷰] 석제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취임 후 1년 10개월이 지났다. 그간 활동과 성과는.

▲과기정통부와 함께 지난해 ICT 연구개발(R&D) 혁신전략을 만들어 발표하고 지금까지 추진해 왔다. R&D 혁신전략은 크게 세 축으로 고위험, 사회생활문제 해결형 R&D, 그리고 연구관리 평가체계를 자율, 창의, 경쟁 방향으로 바꿔 나갔다. 여기서 핵심은 R&D 투자방향을 제대로 정하자는 것. 당장 전부 바꿀 수는 없지만 리스크가 큰 부분에 국가가 나서서 R&D를 하고, 사회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R&D 쪽에 치중하자는 것이다.

또한 올해 4월 5G 상용화 이후 과기정통부와 협의해 5G+ 5대 핵심산업과 10대 서비스 R&D로드맵도 만들었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비정규직 60여명의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했다. 연구단지에서 우리가 최초였다.

―30년 이상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체신부 시절부터 ICT 정책 쪽 일을 해왔다. 김영삼정부 때 정보통신부로 부처가 바뀌고 이후 김대중정부나 다음 정부들이 ICT 분야에 많은 관심들을 기울였다. 공무원 일이 매년 반복될 수 있겠지만 당시 ICT 쪽은 매일 새로웠다. 여태껏 우리나라에서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교수와 기업체 관계자들에게 물어보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일했던 기억들이 좋았다. 당시 모두가 ICT 산업을 키우고 성공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공무원으로서 그런 경험을 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중장기 정보통신정책을 수립해 ICT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했지만, 현재는 중장기 정책이 미비해 아쉽다는 지적이 많은데 해법이 있다면.

▲과기정통부가 정권에 따라 조직이 해체되고 다른 부처와 합쳐지는 부침 속에서 일부 중장기적 정보통신정책이 약화되기는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지만 쉽지가 않다. 조직이 다시 합치자마자 예전에 했던 것들이 곧바로 되는 것 아니다. 이것은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거기에는 해당 인력들이 지식, 경험 등이 일정기간 축적돼야한다. 학계나 산업계, 연구기관과 소통하면서 다시금 중장기적인 정책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본다. 내가 해당 산하기관에 있어서 하는 말은 아니다. 현재 과기정통부에서는 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본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주관한 ICT 산업전망 컨퍼런스에 대해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해달라.

▲ICT 산업전망 컨퍼런스는 지난 2001년 IT 산업전망 컨퍼런스로 시작해 올해로 19회를 맞는 장수 컨퍼런스다. 매년 하반기에 다음해 ICT분야에 어떤 것이 이슈가 될 것인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관련 학계와 연구계가 모여서 공유하는 자리다.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의 기조연설과 함께 소비자 연구로 잘 알려진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2020 대한민국 소비자 트렌드'를 비롯해 보스턴컨설팅그룹, 네이버, 가트너 등이 참여해 인공지능(AI) 등 최신 ICT 기술 동향과 비즈니스 혁신에 대해 발표했다.

또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발표하는 '2020 ICT 10대 이슈'가 있다. ICT 10대 이슈는 5G, 보호무역주의, AI, 규제, 모빌리티, 신남방·신북방 정책, 구독경제, 반도체,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의 변화, 친환경 ICT 등이다.

―올해 초 ICT 인재 양성을 위해 사업계획을 발표했는데 현재 진행상황과 계획은.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연말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있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프랑스 에꼴 42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우리나라 대학이나 학원 등 교육기관에서 시도해보지 않은 방식이다. SW분야 젊은 인재를 선발해 비학위 과정으로 2년간 자기주도형 학습을 하게 된다. 주 타깃은 대학재학생, 졸업생 등 자격제한을 두지 않는다. 올해 250명을 선발하는 모집공고가 이미 나갔다.

―AI가 정부의 핵심 육성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AI 분야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우리나라 AI 분야 전문가가 부족한 것을 감안해 AI 인력양성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AI 전문대학원도 그 일환이다. 대학원에서 선발한 인원들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면 국내에 연간 200명의 AI 전문인력이 쏟아져 나온다. 또 올해 2학기부터 세계 AI 분야 대학랭킹 1위인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에 국내 대학원 과정 학생 30명을 선발해 AI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AI 교육 프로그램을 한 학기 동안 그대로 받는 것이다. 그리고 스탠퍼드대학과도 위탁교육 프로그램을 논의중이다.

―AI는 이종분야와도 결합해 발전하고 있다. 평가원도 타 기관과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는지.

▲차세대 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돼 2020년부터 10년간 1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역할을 나눠 진행된다. 우리는 과기정통부와 함께 과제를 진행하기 때문에 당연히 산자부와 협업하는 부분이 있다. 또 자율주행 관련사업이 예타를 진행 중인데 우리와 산업부, 국토부, 경찰청까지 함께 진행한다. 이외에도 해수부, 농림수산부와 같이 하는 사업도 있다. 최근 여러 부처가 함께하는 사업들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제재의 여파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수입 다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한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역할과 대응 방안은.

▲이번 일본 사례를 계기로 우리 평가원도 R&D를 통한 '소재·부품·장비 관련 ICT R&D 추진방향'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5G 장비·단말부품 및 디바이스 국산화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통신·전파, AI 등 ICT 산업 전반의 ICT 장비·부품 원천기술개발을 기획해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에는 ICT 분야의 소재·부품·장비 R&D에 131억원이 투입된다. 이후 우리가 할 수 있는 과제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발굴해 과기정통부가 2021년도 예산안을 기획할 때 반영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융합이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기업들이 상당히 앞서가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걸 막연히 쳐다보고만 있다가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국내에서만 통신장비와 서비스를 하게 되고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잊혀지고 말 것이다.
5G를 통한 신규 서비스 발굴을 위해 생태계구축이 가장 필요한데 평가원은 과기정통부와 협의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R&D사업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또 우리가 6G 시대를 대비해 예타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기술성 평가는 통과됐고 본 예타를 진행하고 있다.

■ 석제범 원장 약력 △서울대 영문학과 △시라큐스대 행정학 석사 △31회 행정고시 합격 △충주우체국장 △정보통신부 통신기획과장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 행정관 △정통부 재정기획관 △방통위 정책기획관·방송진흥기획관·네트워크정책 국장 △방통위·미래부 통신정책국장 △대통령비서실 정보방송통신비서관 △미래부·과기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현)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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