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과학고>외고>자사고>일반고… 13개大 '고교 서열화' 확인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5 17:10

수정 2019.11.05 17:10

교육부, 첫 '학종 실태조사'
대입 합격률 특목·자사고 높아 고교프로파일 편법기재 발견
고교 등급제 사례는 확인 못해..연말까지 추가조사·특정감사
박백범 교육부 차관(왼쪽 세번째)이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브리핑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교육부는 13개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주요대학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과정에서 일부 고교·대학이 이른바 고교등급제나 부모찬스를 이용·활용한 것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뉴스1
박백범 교육부 차관(왼쪽 세번째)이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브리핑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교육부는 13개 대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주요대학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과정에서 일부 고교·대학이 이른바 고교등급제나 부모찬스를 이용·활용한 것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뉴스1
과학고>외고>자사고>일반고… 13개大 '고교 서열화' 확인

교육부가 13개 대학의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한 결과 학생부 종합전형 전 과정에 걸쳐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이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서열화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고교등급제 등 학종의 불공정성은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연말까지 추가조사 또는 특정감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정·수시 특목·자사고 합격률 높아

교육부는 13개 대학의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학종과 수능 위주 정시모집 모두 지원자와 합격자, 등록자까지 전 과정에서 과학고-외고·국제고-자사고-일반고 순으로 서열화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4년간 학종과 수능까지 모든 전형을 종합한 결과 전국 일반고 학생 중 13개 대학에 합격한 지원자는 5.4%에 불과하지만 자사고는 28.8%, 외고·국제고는 45.8%, 과학고·영재고는 111.5% 합격했다. 수시는 최대 6회 지원 가능하기 때문에 중복합격까지 합친 수치다.

전형별로 학종 합격률은 과학고·영재고 26.1%, 외고·국제고 13.9%, 자사고 10.2%, 일반고 9.1%로 나타났다. 정시 합격률 역시 과학고·영재고 24.3%, 외고·국제고 20.2%, 자사고 18.4%, 일반고 16.3% 순이었다. 일반고 학생들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전형은 내신성적 위주로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었다.

201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일반고 출신의 경우 지원자 비율에 비해 합격자 비율이 줄었으나 외고·국제고는 모두 지원자 비율보다 합격자 비율이 늘어났다. 4년간 13개 대학의 일반고 출신 합격자 중 학종 합격자는 39.%, 수능 합격자는 32.1% 수준으오 나타났다.

자사고는 수능 비중이 48.2%, 외고·국제고는 학종 비중이 50.6%, 과학고·영재고는 학종 비중이 62.8%에 달했다.

13개 대학에서 고교유형별 평균 내신등급을 살펴보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 순서였다. 일반고는 1~2등급이어야 합격한다면 과학고 학생은 4등급만 되도 합격했다는 얘기다.

류혜숙 교육부 학종실태조사단 부단장은 "분석 단순화를 위해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했으나,학종에서 학업성적은 전형요소 중 하나이며 선발 시 여러 전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 대학이 고의적으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까지 파악하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고교등급제 규명 실패

이번 조사는 교육부가 실태조사단을 구성, 13개 대학으로부터 2016∼2019학년도까지 총 202만여 건의 전형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했다. 조사대상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개 대학이다.

실태 조사에서 교육부는 자사고나 특목고, 과학고 등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급제와 같은 사례는 확인하지 못했다.

13개 대학에 직접 감사를 한 것이 아닌 대학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탓이다. 또 불과 한달 여만에 실태조사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시간적 여유도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실태조사 결과 일부 대학이 참고한 공통 고교정보 '고교프로파일'과 평가정보시스템에 일부 문제의 소지가 발견됐다.

각 고교가 교육과정과 환경, 여건 등을 담아 제공하는 고교프로파일에는 어학점수 등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학 대부분 프로파일 활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은 갖고 있지 않았으나, 일부 대학은 프로파일 활용방식을 포함한 설명서를 제공했다. A대는 평가자 교육자료에 프로파일 활용방식을 포함하거나 사용설명서 형태로 고교유형과 자사고 지정취소 여부, 비평준화 지역 일반고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안내했다.

5개 대학은 지원자 고교 출신 졸업생이 해당대학에 진학했는지 여부와 학점, 중도탈락률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평가정보시스템을 통해 평가자에게 안내했다. 2개 대학은 지원자의 내신등급을 출신고교 또는 동일유형 고교 내신등급과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했다. 반면 B대학은 평가자 재량으로 평가시스템에서 학생의 학교정보를 제외할 수 있는 블라인드 기능을 제공하는데 그쳤다.


한편 교육부는 연말까지 추가조사 또는 특정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서류평가시스템 내 과거졸업자 진학실적을 살폈거나 고교 유형별 평균 등급을 제공한 사례가 주요 대상이다.
자기소개서상 기재금지 사항을 위반했거나 표절한 지원자에 대한 처분이 부적절했거나 교직원과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있는 입학 사례도 다시 면밀히 살펴 조치할 방침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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