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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장 "석촌동 고분군, 교과서 바꿀만한 연구 가치있다" [인터뷰]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1 18:30

수정 2019.10.31 18:30

새 형태의 무덤 ‘연접식 적석총’
분골·유물 등 발견 … 학계 논의후
왕실 장례문화 조사연구 이뤄져야
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장 "석촌동 고분군, 교과서 바꿀만한 연구 가치있다" [인터뷰]
서울시는 최근 한성백제 왕실묘역인 석촌동 고분군(사적 제243호)에서 화장 후 분골과정을 거친 사람뼈와 다량의 토기, 장신구, 기와 등 유물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백제 고분에서 화장된 인골이 다량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지역에 대한 발굴은 서울시의 한성백제박물관이 2015년 부터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

10월31일 김기섭 한성백제박물관장(사진)을 만나 석촌동 고분군에 대한 앞으로의 조사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김 관장은 "이번 발굴조사로 4~5세기 백제 왕릉지구의 경관이 지금의 석촌동 고분군과 많이 달랐고, 백제의 장례문화도 그동안 우리가 막연히 추정해온 모습과 많이 달랐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제 역사학계, 고고학계가 세밀하게 검토해 결과를 내놓아야한다. 교과서 내용이 바뀔 만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23일 서울시 석촌동에 위치한 고분공원에 지역 주민과 고고학계 연구자 300여 명이 모여 들었다. 한성백제박물관이 2015년말부터 발굴조사해 온 적석총의 모습과 출토 유물을 보기 위해서다. 현장을 찾은 전문가들은 예상밖이라며 놀라워했다.

김 관장은 "연접식 적석총은 그동안 학계에 보고된 바 없는 새로운 형태의 무덤이기 때문이다"며 "특히 1987년에 서둘러 발굴조사한 석촌동 1호분도 이번에 발굴한 연접식 적석총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렇게 되면 연접식 적석총의 전체 길이가 100m에 이르는 초대형이었을 것으로 짐작할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접식 적석총의 내부시설인 1호 적석묘, 4호 적석묘, 7호 적석묘 등의 동쪽에 각각 위치한 매장의례부에서는 수천 점의 유물과 함께 불에 태우고 잘게 부순 사람뼈가 대량으로 출토됐다"며 "5세기 이전 백제 고분에서 화장인골이 대량 출토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석촌동 백제 적석총의 매장방법과 왕실의 장례문화를 이해하는데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촌동 고분군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면서 백제 왕실묘역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3호분은 백제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근초고왕릉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금귀걸이, 유리구슬 등 50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된 점도 왕실묘역의 위상에 걸맞는다.

김 관장은 "이번에 발견된 연접식 적석총에 대해 학계 논의가 진전되면 향후 석촌동고분군의 조사연구 및 경관 관리도 달라질 전망"이라며 "1호분처럼 그동안 단독분으로 알려져 온 무덤들이 연접식 적석총의 일부라고 수정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발굴조사 성과를 지역 주민과 함께 공유하고 백제 역사 유적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발굴현장 답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며 "발굴조사와 연계한 박물관 교육 활동은 향후 서울의 백제왕도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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