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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저건 대신 국산 전자충격기…명중률 높였다[경찰IN]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0 17:14

수정 2019.10.30 17:14

한국형 전자충격기 도입
국내 중소 IT업체서 개발 첫 시도
안정성 검사 완료…12월 시범운영
한국형 전자충격기
한국형 전자충격기
지난 2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 1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 일선 경찰관이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시연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지난 2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 1회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 일선 경찰관이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시연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흔히 경찰이 사용하는 전자충격기로 알려진 '테이저건'은 고유명사가 아니다. 미국 제조회사인 테이저 사의 권총형 진압장비다. 그동안 많은 실패 사례로 효율성을 지적받아온 테이저건이 경찰 역사 속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대신 '한국형 테이저건'격인 전자충격기가 도입된다.
연속발사가 가능하고 유효사거리도 늘어나는 등 기존 테이저건의 단점을 보완했다. 국내 중소기업에서 개발해 유지·보수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번에 3발 연사, 명중률 높여

30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올 12월부터 시범운영할 예정이다. 현재는 안정성 검사와 인권영향평가 등을 모두 마친 상태다.

기존 전자충격기로 사용되던 테이저건은 지난 2004년 8월 경찰 2명이 강간범을 검거하던 도중 흉기로 무자비하게 살해 당한 사건을 계기로 도입됐다. 범인을 빠르게 무력화시킬 수 있어 경찰의 대표적인 장비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도입된지 15년이 지난 현재, 단점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일례로 지난 1월 서울 강동구 암사역에서 있었던 흉기 난사 사건이 대표적이었다. 경찰이 흉기를 휘두르는 A군(19)에게 테이저건을 사용했지만 A군이 몸을 비틀어 2개 전극침 중 1개가 빠져나갔다. 테이저건은 2개의 전극침이 정확히 꽂혀야 전류를 내보낼 수 있다. 또 출동한 경찰관이 한 번밖에 쏠 수 없는 테이저건을 재장전하는 사이 A군은 도주했다. 이 사건으로 경찰의 물리력 행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국형 전자충격기는 이 같은 문제점이 모두 보완됐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카트리지 한 개로 3번까지 연사가 가능하다. 듀얼 레이저 포인트 시스템을 장착해 두 전극침 모두의 명중률을 높이고 방아쇠도 한 번 당기면 5초 이상 전류가 흐르지 못하게 해 인체 위해성을 줄였다. 충전배터리도 고용량으로 대체하고 유효사거리는 3~4.5m에서 3~5.5m로 늘어났다. 크기와 무게도 줄었다.

■"유지보수비용 40%까지 절감"

한국형 전자충격기 개발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경찰청이 맺은 '안전사회 실현과 치안산업 육성' 업무협약을 토대로 진행됐다. 양 기관은 치안 분야 산업 기술 연구개발(R&D), R&D 성과의 사업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업무협약 결과 지난 2016년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1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 받아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1년 이상의 성능테스트를 마쳤다.

경찰은 무엇보다 한국산 전자충격기 대체가 외화유출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에 1만정 이상 보급됐던 외국산 테이저건을 국내 중소 IT기업이 만든 한국형으로 대체함으로서 유지보수비용도 약 40% 이상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개발한 회사는 '㈜인포스테크놀러지'라는 중소 IT개발업체다.
김범진 ㈜인포스테크놀러지 대표이사는 "전자충격기 개발이 국내 최초 시도이다 보니 관련 법률 적용을 엄격하게 적용 받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현장 경찰관들의 피습 사건이나, 기존 장비로 우범자를 제압하지 못한 사례 등 현장의 어려운 점을 이번에 개발 완료된 한국형 전자충격기가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는 12월에 예정된 시범운영 기간에 맞춰 일선 경찰관들에 대한 교육도 실시될 계획이다.
한국형 전자충격기를 직접 시험해본 현장의 한 경찰관은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하고, 무엇보다 명중률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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