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맥도날드 햄버거병' 재수사로 새롭게 떠오른 의혹 3가지는

뉴스1

입력 2019.10.29 06:00

수정 2019.10.29 10:58

서울시내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시내의 한 맥도날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News1 박지혜 기자


정치하는 엄마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햄버거병과 관련해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정치하는 엄마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햄버거병과 관련해 한국맥도날드에 대한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검찰이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2018년 1차 수사결과 발표 때는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의혹들을 해소할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맥도날드가 덜 익은 고기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판매해 이른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 피해자들이 생겼다는 의혹으로, 2017년 7월 피해자들의 1차 고소 이후 지난해 1월 맥도날드 임직원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강지성)는 지난 25일 오후 고발단체 법률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를 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히 검찰은 맥도날드의 '오염패티 은폐' 의혹 등 재고발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된 문제들을 집중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류 변호사는 지난 1월 한국 맥도날드와 맥도날드에 햄버거 패티를 전량 공급하는 '맥키코리아'가 오염된 패티의 존재를 인지해놓고도 판매해 이 사건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혔다며 이들을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 "오염패티 소진됐다고 해라"맥도날드 '은폐 의혹' 수면 위로

고발인 측에 따르면 검찰은 1차 수사 당시인 2018년 10월 한국 맥도날드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사건 발생 시기인 2016년 6월 맥키코리아 직원이 한국 맥도날드 김모 상무에게 "2016년 6월 1일자로 생산한 문제의 10:1 쇠고기 패티가 전국 10개 매장에서 15박스 발견됐다"고 보낸 이메일 내용을 확보했다.

하지만 한국 맥도날드는 이같은 보고를 받고도 직원을 시켜 세종시 소속 담당 공무원인 손모씨에게 ''2016년 6월1일자로 제조한 10:1 순쇠고기 패티가 맥도날드 매장에서 모두 소진돼 남아있지 않다'고 하라고 허위보고할 것으로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맥도날드가 오염된 패티가 전국 매장에 유통돼 아직 존재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은폐한 것이다.

고발인 측은 피해자들이 한국 맥도날드와 맥키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해 받은 형사기록으로 이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또 한국 맥도날드는 당시 검찰 조사에서도 '문제의 패티를 자체적으로 수거해 모두 폐기했다'고 거짓 진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맥도날드는 당시에도 폐기를 입증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재고발된 햄버거병 사건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맥도날드가 햄버거병 수사 과정에서 직원에게 허위진술을 요구했다"는 의혹 제기하며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 시중 유통된 오염패티 3000만개…당국 '승인 적절성' 도마

검찰은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당국의 '오염패티 승인' 문제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세종시 공무원 손씨는 한국 맥도날드가 보낸 메일을 받은 바로 다음 날인 2016년 7월1일 자가품질검사 부적합 제품에 대해 '회수명령 및 공표를 실시하지 않고, 회수 대상이 없어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처분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출장 보고서' 초안을 작성해 상사인 산림축산과장에게 결제를 받았다.

문제는 손씨가 맥도날드로부터 받은 메일에는 오염된 패티가 '폐기되었다'는 게 아니라 '모두 소진돼 남아있지 않다'고 적시돼 있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손씨가 오염된 패티가 전국 400여개 매장에 광범위하게 유통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고, 당국 역시 이를 그대로 승인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손씨는 현재 식품위생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상,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실제 2017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 맥도날드는 2016년 한해 동안 단 한 차례도 오염된 패티를 회수하거나 폐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 수사에 따르면 맥도날드에 납품돼 폐기·회수되지 않고 시중에 유통된 오염된 패티는 30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대장균 사멸 후 100℃서 최소 5분 가열해야 독소 비활성화"

검찰이 1차 수사 당시 한국 맥도날드에 면죄부를 준 주요 근거인 '장출혈성 대장균 사멸 온도'도 쟁점이다.

검찰이 지난해 2월 피해자 측에 보낸 불기소 이유통지를 보면, 검찰은 장출혈성 대장균이 사멸하는 온도가 71.2℃이면 적절하다는 전제하에 피해자가 섭취한 햄버거가 설익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 맥도날드 내부 조리 규정상 불고기 버거 패티의 심부온도를 71.2℃ 이상 되도록 조리해야 한다는 점과 사건이 발생한 2016년 9월 25일 불고기 버거 패티의 조리온도가 86.9℃였다는 해당 매장 내 기록 내용이 그 근거였다.

하지만 고발인 측이 추가로 제출한 미국 농무부의 2010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출혈성 대장균이 배출한 시가독소는 장출혈성 대장균이 사멸한 이후에도 100℃에서 최소 5분간 가열해야 독소가 비활성화된다.
시가독소에 오염된 패티의 경우엔 71.2℃ 이상으로 조리하더라도 100℃에 미달하는 경우, 시가독소가 비활성화하지 않아 그대로 인체 장기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맥도날드 봐주기' 의혹이 불거진 만큼, 햄버거병 사건에서 문제가 된 패티와 피해자 질병과의 인과관계에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류 변호사는 "당시 검찰이 식약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만 봐도 맥도날드가 오염된 패티를 폐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검찰이 왜 맥도날드 말만 믿고 제대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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