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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연설' 英 하원 통과에 자신감 얻은 존슨... 12월 조기총선 카드 던져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5 15:24

수정 2019.10.25 15:24

British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is seen outside Downing Street in London, Britain October 24, 2019. REUTERS/Hannah McKay /REUTERS/뉴스1 /사진=
British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is seen outside Downing Street in London, Britain October 24, 2019. REUTERS/Hannah McKay /REUTERS/뉴스1 /사진=
[파이낸셜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오는 12월 '조기 총선'이라는 카드를 다시 던졌다. 하지만 보수당 의원들은 지난 2017년 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국민의 재신임을 받겠다며 조기 총선을 치른 후 실패를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두려워하고 있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존슨 총리는 오는 31일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불가능함을 인정함과 동시에 브렉시트 교착의 원인을 "파탄된 의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는 12월 12일 조기총선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EU와 협상을 통해 브렉시트를 다음달 15일이나 30일로 단기간 연기하려 한다"며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또 만약 EU가 브렉시트를 내년 1월 31일까지로 3개월 연기를 결정할 경우엔 12월 총선을 열겠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가급적 연내 브렉시트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브렉시트 법안의 통과가 무산되면 웨스트민스터 의회를 해산시키고 총선을 다시 열어 의회 과반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하원에서 집권 보수당 의석 수는 과반에 못 미쳐 의회에서 계속 법안 통과에 난항을 겪고 있다.

외신들은 존슨 총리가 여론조사 지지율과 이날 여왕 연설의 표결이 가결된 것에 힘입어 조기 총선 카드를 당당히 제시했지만 브렉시트 교착 상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잇단 여론조사에서 존슨의 보수당은 노동당을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원은 이날 '여왕연설'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310표, 반대 294표로 통과시켰다. 영국 여왕은 새 회기가 시작될 때마다 의회에 나와 정부의 주요 입법계획을 발표하는 연설을 하고 의회에 승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내용은 집권 여당이 작성한다.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 14일 이민, 범죄대응, 보건, 환경 등 존슨 정부가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을 담은 26개 법안을 소개했다. 통상 '여왕 연설'은 하원에서 통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존슨 총리는 오는 28일 조기총선 동의안을 의회에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의안 통과는 아직 불투명하다. 조기 총선이 열리기 위해서는 하원 전체 의석인 650석의 3분의 2 이상인 434석이 동의해야 한다. 앞서 존슨 총리는 두 차례 조기 총선 동의안을 상정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노동당 측은 그간 대외적으로 '노 딜 브렉시트(합의없는 영국의 EU 탈퇴)' 리스크가 사라져야 조기 총선 개최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상은 보수당에 크게 뒤지는 낮은 지지율 때문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의 의회 관계자는 "코빈 당수는 아마 10월 31일까지 조기총선안 동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당 내에서도 과거 메이 총리 때 조기총선 후 어느 정당도 과반을 얻지 못했던 상태가 발생할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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