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이건희는 51세에 신경영 혁신".. 재판부의 당부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5 15:01

수정 2019.10.25 16:01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정농단'에 연루돼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이 부회장의 나이에 했던 '신경영 선언'을 언급하며 혁신을 당부했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한 대기업 경영인에게 당부사항을 전달하는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재판부, 피고인에 이례적 당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25일 오전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이 열린 가운데 재판부는 "공판을 마치기 전 몇가지 사항을 덧붙이고자 한다"며 이 부회장에게 3가지 사항을 당부했다.

무엇보다 삼성그룹 내부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 및 뇌물범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실효적인 기업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었다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아니라 이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도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삼성그룹 내부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가 작동되고 있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이 사건 같은 범죄는 재발할 수 있다"며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는 하급직원 비리방지만이 아니라 고위직, 기업총수 비리행위를 감시할 수 있는 철저한 것이어야 한다. 연방 양형기준 8장과 미 대기업들 실행중인 준법감시제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게 재벌경영 체제의 폐해를 바로 잡고, 혁신기업으로 변화하라고 촉구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은 대기업집단, 재벌총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저지른 범죄"라며 "국가경제발전을 주도한 재벌체제는 이제 과도한 경제력 집중 현상과 일감몰아주기, 단가 후려치기로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아 우리 국가경제가 혁신형 경제모델로 도약하는 데 장애물로 되고 있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각종 도전이 엄중한 시기에 총수가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기여해야 한다. 혁신기업의 메카로 탈바꿈하는 이스라엘의 최근 경험을 참고해달라"고 부연했다.

■"이재용 총수 선언, 고민해야"
마지막으로 "이재용 피고인에게 당부드린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 총수로서 어떤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로 본 심리에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심리기간 중에도 당당하게 기업 총수로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길 바란다"며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의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는 낡고 썪은 관행 모두 버리고 사업의 질을 높이자는 이른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신으로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9년 똑같이 만 51세가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야 하는지 (고민해달라)"라고 덧붙였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