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마켓워치] 삼성물산, 1조6000억원대 회계위반…손실이 순익으로 둔갑

증선위 논의 과정서 제재 수준 1단계 경감

현 대표이사 해임권고도 빠져

[파이낸셜뉴스] 삼성물산이 1조6000억원대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발행제한 등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순손실이 순이익으로 둔갑한 잘못된 회계처리로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줬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월 정례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이 올린 '삼성물산의 분·반기보고서에 대한 조사 결과 조치안'을 수정 의결했다.

삼성물산은 2017년 1·4~3·4분기 중 분기·반기보고서에 1조63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해 제재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매도 가능 금융자산'으로 삼성SDS 주식(1321만5822주)을 보유했는데, 삼성SDS 주가가 계속 떨어져도 이를 손상차손으로 인식하지 않아 결국 당기순이익으로 회계처리했다.

삼성SDS 주가는 2015년 말 25만4000원에서 2016년 말 13만9500원으로 45.1% 급락했고 2017년 말에는 20만원 선을 되찾았다.

금감원은 감리 결과, 고의가 있거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진 않고 '과실'로 판단했다. 그러나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1조6000억원대에 달하고 위법 행위를 정정하면 당기순익이 당기손실로 변경되는 점 등을 고려해 증권발행제한 6개월, 현재 대표이사인 당시 재무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재무제표 수정 등의 제재를 증선위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지난달 20일 2017년 1·4~3·4분기 분기·반기보고서를 수정 공시했는데, 2017년 1·4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익은 1855억원 순익에서 1조251억원 손실로 바뀌었다. 아울러 2017년 반기는 3331억원 순익에서 9041억원 손실로, 3·4분기는 4916억원 순익에서 7456억원 손실로 각각 수정됐다.

하지만 증선위 제재 논의 과정에서는 조치 수준이 1단계 경감됐다. 증선위는 삼성물산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제재 수준은 과실 제재에 해당하는 7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에서 두 번째 수준으로 하향했다.

증선위는 매도 가능 금융자산 손상차손 미인식 사항이 자기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회사의 주된 영업활동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2017년 말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연간보고서의 손상차손 미인식은 회계처리 위반 사항이 아니게 된 점도 정상참작 사유로 봤다.

증선위의 수정의결에 따라 금감원이 상정한 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 권고는 빠졌고 금감원이 처음 제시한 증권발행제한 '6개월' 제재도 기간이 '4개월'로 줄었다.

삼성물산 측은 증선위 당시 "금융감독당국의 여러 지적사항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깊게 자성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확보 등 측면에서 제도, 시스템, 프로세스를 전면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e-mail] 김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