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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무역전쟁 돌파구 찾던 中, 결국 '외국자본에 러브콜'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2 17:37

수정 2019.10.22 17:56

시진핑 "중국 개방 갈수록 확대"
리커창은 삼성반도체 공장 시찰
현대차에 지분 100% 보유 제안
사드이후 韓中관계 화해 제스처
해외자본 탈중국행 방지 신호탄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 첫번째)가 지난 10월 14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전시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 첫번째)가 지난 10월 14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전시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13~14일 중국 하이난다오 싼야 아틀란티스 리조트에서 중국형 신형 싼타페 '제4세대 셩다' 신차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지난 4월 13~14일 중국 하이난다오 싼야 아틀란티스 리조트에서 중국형 신형 싼타페 '제4세대 셩다' 신차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중국이 외국기업에 대한 문호개방을 통해 '죽의 장막'을 걷어내려는 신호를 잇따라 보내고 있다.

미국 테슬라의 중국법인과 현대차 계열 중국법인의 지분 100% 확보를 허용하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자국 시장 대외개방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런 조치는 미·중 무역협상의 최대 협상의제인 문호 개방에 의지를 보여줘 2단계 무역협상 타결까지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외국기업에 불리한 제도 탓에 외국기업의 탈중국행이 잇따르자 문호 개방을 통해 서둘러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포석도 깔렸다.

■외국자본에 잇단 '러브콜'

일단 중국 지도부가 최근 자국 시장의 대외개방을 부쩍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 주목을 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9일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제1회 다국적 기업 고위급 정상회의'에 축하서한을 통해 "중국의 개방 문호는 갈수록 확대될 것이며 사업환경도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와 창업을 당부했다.

이에 앞서 리 총리는 지난 18일 베이징에서 BMW, 에어버스 등 다국적 기업 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세금인하와 시장진입 규제 완화, 지식재산권 보호 등으로 선진 제조업 발전에 좋은 환경을 마련했다"면서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중국의 개방 확대를 활용해 중국과 협력하고 시장을 개척하며 호혜 상생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도 최근 집중적으로 조명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 공식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지난 16일 리 총리의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1면에 이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뤘다. 이어 관영 환구시보는 '삼성이 품위 있게 중국에서 폐업했다'고 칭찬하는 등 연일 삼성 띄우기에 나섰다. 연이어 중국 당국은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 띄우기에 이어 현대자동차에 중국 진출 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무역전쟁 장기화 대비 포석

이런 노력을 두고 각종 해석이 제기된다. 우선 미·중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중국에서 외국기업의 지분제한 정책은 경영간섭과 기술이전 강요의 주된 수단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과 1단계 협상이 탄력을 받은 가운데 기술이전 요구와 산업보조금 지급 등 핵심 의제를 다룰 2단계 협상을 앞두고 시장개방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외국기업의 지분제한 완화 움직임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기업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을 규제할 태세다. 이에 중국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에 적극 문호를 열어 미국의 압박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을 대체할 만큼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일본, 독일, 이스라엘 기업들을 우군으로 확보하기 위해 당근책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국 기업에 각종 보복을 가한 뒤 서먹해진 한·중 관계 복원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중국 투자 비중이 높고 기술력이 높은 한국 기업들을 우군으로 확보해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갈수록 심화되는 외국기업들의 탈중국행이 외국기업에 대한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연간 경제성장률이 6%대 초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성장속도가 둔화되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자본 이탈은 중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휴대폰 공장을 완전히 철수한 것은 그동안 세계 제조업 센터였던 중국이 몰락하는 것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거대한 시장과 저렴한 비용이라는 중국 시장의 매력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기업에 대한 중국의 유화적 제스처를 확대해석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의 2단계 무역협상에서 불공정한 규제관행들을 전면 개편하는 '그랜드 딜'이 성사돼야 중국의 실질적인 문호개방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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