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브렉시트 다시 혼돈 속으로…‘존슨안’ 빛 못보고 연장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0 17:51

수정 2019.10.20 17:51

英하원 ‘레트윈 수정안'먼저 통과
합의안 상정 안하고 노딜도 ‘불가’
존슨, 서명없는 굴욕적 연장 서한
내일 재추진…통과 가능성은 낮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하원으로 가기 위해 수도 런던의 총리 관저를 나서고 있다. 그는 이달 자신이 마련한 새로운 유럽연합(EU) 탈퇴안 투표를 진행하려 했으나 하원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AP 뉴시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하원으로 가기 위해 수도 런던의 총리 관저를 나서고 있다. 그는 이달 자신이 마련한 새로운 유럽연합(EU) 탈퇴안 투표를 진행하려 했으나 하원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AP 뉴시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또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대신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장치인 '레트윈 수정안'을 먼저 통과시킨데 따른 후폭풍이다.


하원이 수정안을 통과시키자 영국 정부는 총리의 합의안을 상정하지 못했고, 대신 지난달 통과된 '벤 법'에 따라 내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 마감시한 연장이 이뤄지게 됐다. 또 존슨이 협박하던 노딜 브렉시트 역시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게 됐다. 법에 따라 존슨 총리는 EU에 마감시한 연장을 요청하는 굴욕적인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서한에 서명하지 않았고, 대신 22일 밤 하원에서 다시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만약 이달 31일 마감시한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EU 합의를 전제로 내년으로 브렉시트가 연기되고, 중간에 총선을 치르게 된다.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이 앞서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으로 브렉시트가 늦춰질 경우 존슨의 합의안이 통과되거나 아니면 노딜 브렉시트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브렉시트 셈법이 갈수록 혼미해지고 있다.

■총리 서명없는 연장 요청 서한

B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 의장에게 자신의 서명이 담기지 않은 브렉시트 마감시한 연장 요청 서한을 보냈다. 대신 이 서한에는 각각 EU주재 영국 대표 팀 배로와 존슨 총리가 서명한 서류 2개를 첨부했다. 배로가 서명한 서류는 서한 서문 형식으로 의회 합의에 따라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다는 내용이 들어갔고, 존슨이 서명한 서한은 마감시한 연장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존슨은 자신이 서명한 두번째 서한에서 브렉시트 마감시한 연장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존슨은 서한에서 EU 정상들이 영국 하원에 19일 수정안 통과 결정을 재고하고, 브렉시트 지연을 막기 위해 영국과 EU 사이에 합의된 합의안을 영국 의회가 표결토록 요구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올리지도 못하고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인 '레트윈 수정안'을 찬성 322대 반대 306표로 통과시키면서 브렉시트 일정은 또 다시 꼬이게 됐다. 존슨은 여전히 마감시한 연장보다 오는 31일 마감시한 안에 브렉시트를 완료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원 지지세력을 모아 22일 자신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의회에 상정하고, 이를 통과시킨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합의안 상정 자체가 가능할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하원 지도부가 합의안 상정 여부를 저울질한 뒤 결정하는 관문을 우선 넘어야 하고, 이를 넘긴다 해도 표결에서 승리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패배할 확률이 더 높다.

■"英성장률 내년 1.0%로 추락"

우선 존슨안이 상정되면 영국과 관세장벽을 갖게 되는 북아일랜드의 민주연합당(DUP) 의원 10명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들은 19일에도 레트윈 수정안에 찬성한 바 있다. 또 보수당에서 존슨이 쫓아낸 의원 10명도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수정안을 낸 당사자인 올리버 레트윈 역시 존슨이 축출한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다. 22일 합의안이 상정돼도 레트윈은 다시 수정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 확실시된다. 존슨이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 우여곡절 끝에 존슨안이 하원을 통과한다해도, 상원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CNBC에 따르면 22일 합의안이 부결되면 브렉시트는 내년 1월 31일까지 연기되고, 새로운 단계가 시작된다. 영국은 그 동안 총선을 치르게 되고, 현재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보수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다. 총선에서 브렉시트 강경파가 득세하게 되면 내년에는 존슨안이 의회를 통과하거나, 아니면 노딜 브렉시트가 결정될 수도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혼란의 시간이 길어지면 성장률을 큰 폭으로 깎아먹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영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데일스는 브렉시트 혼란이 지속되면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3%에서 내년에는 1.0%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데일스는 또 그럴 경우 영국은행(BOE)가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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