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단독] 금감원 "라임운용 환매중단 자펀드 157개·1조5587억"

최경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0 14:11

수정 2019.10.20 22:17

기존 환매중단 가능 자펀드 149개·1조3000억원대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 
장기자산 투자 불구 개방형·단기 폐쇄형 펀드로 투자금 모집 
모펀드에서 유동성 부족 발생...자펀드로 확대 
금감원 "투자금 회수 장기간 소요...사모펀드 운용 등 실태조사" 
라임측 "현금화 가능한 자산 포함"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오른쪽)와 이종필 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오른쪽)와 이종필 부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사태 관련 기자 간담회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지난 14일 펀드 투자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게 됐다며 환매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상환·환매 연기·중단 가능 자펀드 개수는 157개, 금액은 1조5587억원으로 기존에 알려진 규모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펀드 환매 중단은 펀드 운용 방식 등에 기인한 것으로, 향후 금감원은 사모펀드 운용 등과 관련한 실태조사 및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실(경기 안산)로부터 입수한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펀드환매 중단 현황과 원인'에 따르면, 라임운용의 상환·환매 연기·중단 펀드는 3개 모(母)펀드(사모채권, 메자닌, 무역금융)와 관련된 것이며, 지난달 말 기준으로 최대 157개(개방형 63개·폐쇄형 94개) 자(子)펀드에서 상환·환매 연기·중단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됐다. 환매 중단 가능한 자펀드 금액은 1조5587억원(개방형 5489억원·폐쇄형 1조98억원)이며, 투자자수(계좌수) 기준으로는 전체와 개인 각각 4096명, 3606명이다.


라임운용은 지난 14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149개 자펀드가 상환·환매 연기·중단 대상 펀드라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대상 펀드수의 차이가 일부 만기도래 펀드(4개) 제외 및 통계 오류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환매 중단 가능 자펀드 금액은 최대 1조3000억원대로 알려졌지만, 금감원이 파악한 환매 중단 가능 규모는 이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라임자산운용측은 현금화 할 수 있는 레포(Repo)펀드가 2000억원 가량 포함됐는데, 만기도래시 환매가 가능해 제외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금감원이 파악한 상환·환매 연기·중단 사유는 라임운용이 비유동성 장기 자산에 투자함에도 개방형 또는 단기 폐쇄형 펀드로 투자금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라임운용은 개방형 구조로 지난 2017년 1135억원, 2018년 2830억원 등 재작년 이후 4891억원을 모집했다. 또한 모펀드와 자펀드 방식의 운용도 환매 중단 사유가 됐다. 라임운용은 다수 펀드 자금(자펀드)을 소수 특정 펀드(모펀드)에 집중 운용하고 있어, 모펀드에서 발생한 유동성 부족 현상이 자펀드로 확대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운용은) 당초 유동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모펀드를 만들고 모펀드에 투자하는 자펀드를 만들었는데, 자펀드는 중도 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든 환매 가능한 개방형 펀드로 팔 수 있었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동화가 어려운 자산들로 중도 환매 가능한 개방형 펀드를 구성하다보니 환매에 대한 대응 자체가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고, 폐쇄형도 펀드 만기 대비 투자 자산의 만기가 더 길어 미스매칭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라임운용의 상환·환매 연기·중단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모펀드는 사모채권과 무역금융, 메자닌이다. 우선 사모채권은 주로 비상장사 채권인데 비인기 종목들이라 만기 전 판매가 안 되고 있고, 무역금융은 해외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투자 방식인데 해외펀드가 원래 개방형이었으나 폐쇄형으로 전환돼 돈을 즉시 못 받아 오게됨에 따라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메자닌은 만기가 통상 3년인데, 조기상환 가능 시점이 1년~1년 6개월 정도가 일반적이라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라임운용이 투자한 기업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이미 주식으로 전환한 CB(전환사채) 손실이 발생했고,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CB는 주가 하락 상황에서 전환해 손실을 보고 팔수가 없어 만기까지 처분하지 못하고 묶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펀드가 편입하고 있는 비유동성 자산의 자금회수 여부에 따라 투자자 피해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판단되지만, 투자금 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전망된다"며 "모펀드 등의 유동성 부족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 발생 방지 등을 위해 상환·환매 연기 현황 등을 이해당사자에게 알리도록 권고함과 더불어 유사사례 재발 방지 및 시장불안 해소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 관련 문제의 원인을 진단, 대책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금융투자협회 8월말 기준 각 금융사들이 판매한 라임 펀드 규모는 대신증권 9800억원, 우리은행 8000억원, 신한은행 4900억원, 신한금융투자 4300억원, 키움증권 4000억원 등이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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