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의회 ‘시리아 철군’ 비난 결의안..트럼프-펠로시 막말 오가며 ‘격돌’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7 17:48

수정 2019.10.17 17:48

우군 공화당의원들도 "재앙 자초"
휴전 거절 터키 "美에 보복 조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공격을 촉발시킨 미군 철수와 관련, 국내 안팎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젠 미 의회와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16일(현지시간) 미 의회는 야당 민주당과 여당 공화당이 공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일으킨 터키 당국에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급파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지만 터키 또한 이를 거절하고 미국에 대한 보복성 제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펠로시 삼류" "트럼프 멘탈붕괴"

이날 미국 하원에서는 시리아 철군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이 공화당 의원 129명을 포함한 354명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반대는 60표에 불과했다.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접견, 시리아 철군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논의는 당초 계획된 시간보다 짧게 종료됐다. 이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언성을 높이며 격한 공방을 벌였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와의 접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삼류 정치인'이라고 막말을 했다"며 "트럼프의 멘탈붕괴를 눈 앞에서 봤다. 하원의 결의안 채택에 매우 흔들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펠로시가 오늘 백악관에서 멘탈붕괴가 되는 모습이 매우 슬펐다"며 "그녀를 위해 기도한다. 그녀는 매우 아픈 사람"이라고 맞받아쳤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이제 자신의 정책을 비난한 양당 모두와 대치하고 있다며 미국과 함께 싸운 쿠르드족에 대해 터키가 공세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후 점점 고립돼가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영원한 우군일 것 같았던 공화당의 상원 의원들도 이날 개별적으로 트럼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재앙을 자초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미트 롬니 유타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기자들과 "대통령이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터키에 파견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던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재앙은 터키 대통령 때문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린지 그레이엄은 중동에 머물며 앞으로 천 년 동안 수천 명의 군인들과 함께 다른 이들의 전쟁에서 싸우고 싶어 한다"며 "린지는 터키에 관심을 갖기보다 본인의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집중해야 한다"며 비난했다.

■터키는 "미국에 보복조치"

자국 내에서 여야의 집중 공격을 당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사태의 해결을 위해 터키 정부를 상대로 휴전을 촉구하는 등 국외에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이 서한을 통해 에르도안에게 "터프가이가 되지 말라"며 "바보짓 하지 말고 쿠르드와 협상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잘 해결할 수 있다"며 "당신도 수천명을 학살했다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고 나도 터키 경제를 파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터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휴전 촉구 제안에 대해 일단 거절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히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에 대한 제재 및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과 관련해 "터키 또한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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