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횡령혐의 무죄, 수동적 뇌물공여 인정… 최악상황 피했다[신동빈 롯데 회장 집행유예 확정]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7 17:41

수정 2019.10.17 17:41

강요에 의한 뇌물 정상 참작
신격호 징역 3년·벌금 30억
신동주·서미경은 무죄 확정
이재용 파기환송심 영향 주목
횡령혐의 무죄, 수동적 뇌물공여 인정… 최악상황 피했다[신동빈 롯데 회장 집행유예 확정]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4)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박근혜정부 당시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가 설립·운영에 개입했던 K스포츠재단에 신 회장이 건넨 70억원이 뇌물공여라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이 감형 사유로 내세웠던 뇌물의 수동성이 있다고 사실상 인정하면서 신 회장으로서는 집행유예 확정이란 차선의 결과를 얻게 됐다.

■뇌물공여 수동성 인정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오전 11시 대법원 2호 법정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신 회장과 함께 기소된 신격호 총괄회장(97)은 징역 3년에 벌금 30억원이 확정됐다. 다만 앞선 2심이 1심과 마찬가지로 신 총괄회장의 고령과 중증 치매 등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 구속을 하지 않은 만큼 실형 확정에도 형 집행은 어려워 보인다.
이 밖에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5),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60)는 무죄가 확정됐으며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77)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신 회장 상고심의 최대 쟁점은 롯데그룹의 재단 출연금 70억원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의 수동성을 대법원이 인정할지였다. 앞서 지난 8월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롯데그룹의 70억원 뇌물공여 부분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거의 유죄가 확실시됐다. 이날 대법원도 "신동빈은 강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뇌물공여자"라는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제3자뇌물공여죄의 성립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에 관한 기존 법리를 적용했다"며 수용했다.

다만 대법원은 뇌물공여의 수동성도 재차 인정했다. 법리상 명백한 뇌물공여이긴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뇌물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점이 정상 참작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률심인 대법원이 자세히 설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원심이 신 회장에 대해 '수동적인 강요 피해자'에 가깝다고 본 판결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2심은 뇌물 혐의 자체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단독면담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해 신 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했고, 불응하면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며 "강요에 의해 의사결정이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죄를 엄히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아울러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반환한 70억원이 당초 롯데 계열사들로부터 송금받은 돈과 동일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고, 롯데 계열사들이 70억원을 반환받은 것을 두고 신 회장에게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파기환송심 영향 가능성

법조계에선 이날 판결이 오는 25일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인정됐던 이 부회장의 최씨에 대한 말 지원 자체가 경영권 승계의 대가로 전달된 뇌물로 보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50억원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승마지원 과정에서 재산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혐의가 전부 무죄로 인정된 데다 재판부의 작량감경(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 법관이 형량의 절반까지 감형)이 이뤄지면 징역 2년6월~22년6월 범위 내에서 선고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집행유예 가능성은 남아있다.
여기에 신 회장 선고를 통해 나타난 사법부의 기류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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