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미래역량 갖춘 이공계 인재육성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7 17:33

수정 2019.10.17 17:33

[특별기고] 미래역량 갖춘 이공계 인재육성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미래사회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교육방식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 등을 제공하지 않고 기존 교육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미래에 그들은 대부분 일자리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이 더욱 고도화될 미래에는 이공계 인재들이 시대 변화를 선도하는 주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연구개발 인력이 2017년 기준 세계 6위 수준인 38만여명으로, 이미 이공계 분야에서 충분한 인프라를 확보해 미래가 밝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재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 수요와 실제 배출되는 인력의 질적인 불일치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외 사정은 어떤가. 미국은 공학에 경영학을 접목해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올린공과대학을 설립했고, 중국은 칭화대학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 대학 같지 않은 대학, 연구소 같지 않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스페인 몬드라곤대학은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팀을 구성해 4년 동안 연간 20개 내외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고, 프랑스도 소프트웨어(SW) 분야의 프로젝트 기반 혁신 교육기관인 에콜42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이공계 학생들에게 새로운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국제적 인식과 노력의 대열에서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돼서는 안된다. 그동안 우수한 연구인력이 사회에 진출해 기술개발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현재의 교육 패러다임으로는 산업현장의 당면한 문제와 미래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의 인력 수요는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아 실험과 토론 등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편, 실전경험 방식의 교육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KIRD)은 이런 사회적 요구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공계 석·박사 인력이 국가 R&D사업을 기획하는 '국가 R&D 리얼챌린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를 통해 15개 연구팀을 선발하고, 선정된 팀에는 1800만원의 연구기획비와 총 6개월간의 R&D 역량 및 기획연구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실전경험 기회가 적은 대학원생들이 팀을 이뤄 실제 국가R&D 사업을 기획하는 최초의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개 기관에서 단편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과기정통부도 기초과학, 인공지능 분야의 인재양성을 통해 미래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각 기관에 자율성을 주어 새로운 방식의 교육과 실습을 할 수 있는 다양성이 존중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대외환경 속에서 실전역량을 갖춘 이공계 인재 양성은 더 이상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연관의 상호연계 및 새로운 교육 인프라 구축을 위한 토양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문길주 U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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