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민주·공화당 양당 모두와 대치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하원의장인 펠로시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접견, 시리아 철군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논의는 당초 계획된 시간보다 일찍 마무리 됐다. 이날 짧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은 언성을 높이며 공방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휴전 촉구 서한을 보낸 것을 밝히며 주도권을 잡으려 했지만 펠로시 의장이 시리아 철군 결정 비난 결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된 것과 시리아 철군으로 이슬람국가(IS)가 재기할 것이라는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인터뷰 내용을 언급하자 흥분하며 "내가 IS를 함락시켰다"며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와의 접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3등급 정치인'이라고 막말을 했다"며 "트럼프의 멘탈붕괴를 눈 앞에서 봤다. 하원의 결의안 채택에 매우 흔들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펠로시가 오늘 백악관에서 멘탈붕괴가 되는 모습이 매우 슬펐다"며 "그녀를 위해 기도한다. 그녀는 매우 아픈 사람이다"라고 맞받아쳤다.
스테파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해 자제력을 잃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대통령은 침착하고 사실적이고 결단력이 있지만 펠로시 의장이 국가 안보 문제에 관한 중요한 회의에 귀를 기울이거나 기여하려는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NYT는 트럼프가 이제 자신의 정책을 비난한 양당 모두와 대치하고 있다며 미국과 함께 싸운 쿠르드족에 대해 터키가 공세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후 점점 고립돼가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원한 우군일 것 같았던 공화당의 상원 의원들도 이날 개별적으로 트럼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재앙'을 자초하고 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미트 롬니 유타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기자들과 "대통령이 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터키에 파견해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며 "말을 다 잃어버린 채 농부가 헛간 문을 닫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던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터키의 시리아 침공이 우리와 아무 상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이 옳았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재앙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때문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린지 그레이엄은 중동에 머물며 앞으로 천 년 동안 수천 명의 군인들과 함께 다른 이들의 전쟁에서 싸우고 싶어 한다"며 "린지는 터키에 관심을 갖기보다 본인의 지역구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집중해야 한다"며 비난했다.
■터키에 휴전 촉구 했지만 되려 "미국에 보복조치"
이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이 서한을 통해 에르도안에게 "터프가이가 되지 말라"며 "바보짓 하지 말고 쿠르드와 협상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또 "우리는 잘 해결할 수 있다"며 "당신도 수천명을 학살했다는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고 나도 터키 경제를 파괴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마음만 먹으면 미국은 터키 경제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세계를 실망시키지 마라. 당신은 훌륭한 거래를 할 수 있다"라며 협상을 촉구하고 이후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을 급파했다.
하지만 터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휴전 촉구 제안에 대해 거절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히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에 대한 제재 및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과 관련해 "터키 또한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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