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실형 피한 신동빈 롯데 회장, 대법 판단 배경은?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7 13:11

수정 2019.10.17 15:22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fnDB /사진=fnDB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fnDB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국정농단 뇌물’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4)이 실형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되면서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가 설립·운영에 개입했던 K스포츠재단에 신 회장이 건넨 70억원이 명백한 뇌물공여라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이 감형 사유로 내세웠던 뇌물의 수동성이 있다고 사실상 인정하면서 신 회장으로서는 집행유예 확정이란 차선의 결과를 얻게 됐다.

■뇌물공여 수동성 인정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 회장 상고심의 최대 쟁점은 롯데그룹의 재단 출연금 70억원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의 수동성을 대법원이 인정할지였다.

앞서 지난 8월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롯데그룹의 70억원 뇌물 공여 부분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거의 유죄가 확실시 됐다.
이날 대법원도 “신동빈은 강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뇌물공여자”라는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 “제3자뇌물공여죄의 성립과 관련해 부정한 청탁에 관한 기존 법리를 적용했다”며 수용했다.

다만 대법원은 뇌물 공여의 수동성도 재차 인정했다. 법리상 명백한 뇌물공여이긴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뇌물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점이 정상 참작된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법률심인 대법원이 자세히 설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원심이 신 회장에 대해 '수동적인 강요 피해자'에 가깝다고 본 판결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2심은 뇌물 혐의 자체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단독 면담 자리에서 적극적으로 요구해 신 회장이 수동적으로 응했고, 불응하면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라며 "강요에 의해 의사결정이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죄를 엄히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아울러 신 회장이 당시 대통령이 최씨의 개인적 이익을 도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데다 지원 전후로 면세점 정책이 롯데에 특별히 유리하게 집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 2심 판단도 문제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이재용 파기환송심 영향 가능성
법조계에선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다르지만 이날 판결이 오는 25일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로 인정됐던 이 부회장의 최씨에 대한 말 지원 자체가 경영권 승계의 대가로 전달된 뇌물로 보고 파기환송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50억원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승마지원 과정에서 재산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혐의가 전부 무죄로 인정된 데다 재판부의 작량감경(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 법관이 형량의 절반까지 감형)이 이뤄지면 징역 2년6월~22년6월 범위 내에서 선고도 가능하단 점에서 여전히 집행유예 가능성은 남아있다. 여기에 신 회장 선고를 통해 나타난 사법부의 기류변화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법조인은 “신 회장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국정농단 사건을 전형적인 정경유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며 “이 부회장이 잘못을 뉘우치는 정도와 국가경제에 기여한 점 등이 정상참작된다면 삼성으로선 최악의 상황은 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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