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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맹산' 출사표부터 '한명의 시민으로' 사임까지…조국의 6장면

뉴스1

입력 2019.10.14 19:43

수정 2019.10.15 08:43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2019.10.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2019.10.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장관 취임 35일 만인 14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오후 늦게 면직을 재가했다.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이날까지 각종 의혹에 휩싸여 온 조 장관은 마지막 날에도 '검찰개혁 완수'를 거듭 강조했다.

조 장관은 14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검찰 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국민이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지난 8월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임명된 직후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각종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우여곡절 끝에 장관으로 취임한 뒤에도 검찰 수사는 계속됐다. 조 장관은 이날 검찰 개혁안을 직접 발표한 뒤 3시간 만에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장관 후보자 지명…조국, 충무공 '서해맹산' 출사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9일 8개 부처·위원회의 장(長)을 새로 발탁하는 개각을 단행하면서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조 장관을 지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법학자로 쌓아온 학문적 역량과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능력, 민정수석으로서의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법무부장관으로서 검찰개혁, 법무부 탈검찰화 등 핵심 국정과제를 마무리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법질서를 확립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지명 당시 언론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 등 새 사정라인의 검찰개혁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평을 내놨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총선용 개각' '청와대의 검찰 장악 의지' 등 평가를 내놓으며 강력 반발했다.

조 장관은 이튿날인 지난 8월9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재인정부의 법무부장관이 된다면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청문회 무산' 위기에 '끝장 기자회견'…정면돌파 시도

지난 8월27일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조 장관 일가를 대상으로 한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 이후 국회 인사청문회가 또 다시 무산되자, 조 장관은 지난 9월2일 국회에서 약 11시간에 걸친 '끝장 기자회견'을 열고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조 장관은 당시 "자신의 주변에 엄격하지 못했던 점 역시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 과분한 기대를 받았음에도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법적 논란과 별개로 학생에게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관련 의혹에 대해 진솔한 사과와 해명에 적극 나섰다.

조 장관의 끝장 기자회견은 임명 찬성 여론을 결집시키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는 듯 했지만, 딸이 부산대 의전원 지원 당시 제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이 터지며 여론이 요동쳤다.

◇우여곡절 끝 인사청문회…같은날 부인 기소

여야가 전격적으로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하면서 지난 9월6일 우여곡절 끝에 조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조 장관은 "지난 한 달이 10년, 20년 같았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면서도 "검찰개혁에 많은 비판과 반발이 있는데 그걸 감당해 가며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 보니 제가 매우 부족함에도 낙점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자신이 개혁의 적임자임을 수 차례 강조했다.

조 장관은 청문회에서 검찰개혁 의지를 강조하면서 가족 의혹과 관련한 해명을 이어갔다. 다만 딸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제 처가 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교수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될 경우에 대해 "(거취를)고민해보겠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청문회가 열린 당일 밤 10시50분 사문서위조 혐의로 정 교수를 불구속기소했다. 자정 공소시효를 앞둔 가운데 소환 조사 없이 정 교수를 재판에 넘긴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 완수"…연일 개혁 드라이브

지난달 9일 법무부장관에 임명된 조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공식 업무를 시작한 당일 검찰개혁추진지원단(검찰개혁주진단)을 구성하라는 '1호 지시'를 시작으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이틀 뒤인 11일에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를 신속하게 구성해 발족하라는 '2호 지시'를 내렸다. 일선 검사들과의 대화에도 나서며 연일 개혁 추진에 열을 올렸다.

◇'수호' vs '사퇴' 맞불집회…曺 "깜짝 놀랐다"

계속된 논란 속에 조 장관을 둘러싸고 '수호'와 '사퇴'를 외치는 상반된 성격의 대규모 집회가 서초동과 광화문 등 서울에서 수차례 열리기도 했다.

조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주최측 추산으로 200만명이 모인 지난 9월28일 촛불집회와 관련해 "깜짝 놀랐다"며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역사적 대의를 위해 모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한때 서초동에서 열린 집회에 모인 인파를 찍은 사진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한편 개천절인 지난 3일과 한글날인 9일에는 문재인정부와 조 장관을 규탄하는 범보수진영의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지난 3일에는 300만명, 9일에는 최소 200만명 이상의 참가자가 모였다고 주장했다.

◇'특수부 폐지' 등 발표 뒤 사임 표명…"한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

조 장관은 이날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특별수사부 명칭 폐지·축소 등 내용을 담은 대통령령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15일 국무회의에 상정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취임 한달만인 지난 8일 특수부 축소 등 검찰개혁의 청사진을 직접 발표한 데 이은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자신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사퇴할 것이라는 '11월 사퇴설'이 도는 것에 관해선 "답을 안 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지만, 불과 3시간 뒤인 오후 2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 장관은 마지막 퇴근길에서 "저는 이제 한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며 "법무부 혁신과 검찰개혁의 과제는 저보다 훌륭한 후임자가 맡으실 것이고, 더 중요하게는 국민들이 마지막 마무리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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