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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겨냥 수사·정국 올스톱… 청와대도 '여론악화'에 부담 [조국 전격 사퇴]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4 18:16

수정 2019.10.14 21:47

조국 장관, 왜 지금 사퇴했나
당분간 가족문제 대응 집중할듯
靑 "조국 장관이 사퇴 의사 밝혀"
여야 모두 국론분열 후폭풍 부담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사퇴를 전격 선언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감에 따라 장관 임명 뒤 35일간 끌어온 초유의 국가적 국론분열 사태는 사실상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 사퇴 배경에는 자신의 가족 수사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 자신의 문제로 정국이 올스톱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도 한몫을 한 걸로 보인다.

청와대나 여당은 당장 조국표 사법개혁안 완성은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론 속에 강도 높은 국정쇄신 요구를 떠안게 됐다. 야당도 국론분열의 책임을 면키는 어려워 보여 여야 모두가 국민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문제가 과제로 떠올랐다.


■왜 이 시점에 사퇴 결심했나

조 장관의 사퇴 결심은 검찰 수사가 '9부능선'을 넘어 이번주 부인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나 자신에 대한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주된 배경이 된 걸로 보인다.

또 각종 가족연루 의혹에 대해 그동안 "불법은 없었다"며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결국은 온 나라가 그의 임명 뒤 거취를 둘러싸고 국론이 갈렸던 점에서 여권 전체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과 부담감도 상상 이상으로 컸을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도 사퇴의 변에서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어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나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사퇴 뒤 당분간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변수는 있지만, 내년 총선이나 차기 대선 출마 등 정치적 재기는 당분간 쉽지 않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사퇴 이후 그동안 정쟁으로 얼룩졌던 여의도 정가의 경우 본격적으로 민생을 챙겨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여야 모두 당장 거센 후폭풍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여권에선 조 장관의 중도낙마로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기 레임덕 논란도 부담이다. 조 장관 딸 입시특혜 의혹 등을 엄호하는 과정에서 지지층 내부조차 민주당이 핵심 가치로 내세웠던 공정, 정의 가치가 크게 훼손을 입었다는 거센 비판을 받은 점은 여권엔 뼈아픈 대목이다.

물론 야당도 이번에 조 장관 사퇴를 이끌기는 했지만, 국론분열 책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점에서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관측이다.

■靑 '여론 악화' 부담됐나

청와대로서는 계속된 '여론 악화'가 임계치에 달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대로는 더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조 장관의 전격 사퇴와 관련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최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의 뜻이냐? 장관의 뜻이냐?'는 질문에 "장관 본인의 결심이었다"고 답했다. 조 장관의 '결심'을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도 "지지율 악화가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이지 않겠냐"며 "이대로 가다가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이날 한 여론조사기관은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소로 줄어들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점도 민심 달래기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우리 사회는 큰 진통을 겪었다.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통령으로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이는 불과 일주일 전 수보회의에서 광장 민심의 양분에 대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는 사뭇 달라진 톤이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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