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안타깝고 아프다" "지못미"…조국 사퇴에 호남 탄식

뉴스1

입력 2019.10.14 17:02

수정 2019.10.14 18:43

1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19.10.14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1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천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조국 법무부장관의 사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2019.10.14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법무부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개혁 방안과 관련해 직접수사 축소 및 인권보호 수사를 위한 대통령령 '검찰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에 관한 개정안을 발표하는 모습. 2019.10.14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법무부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이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개혁 방안과 관련해 직접수사 축소 및 인권보호 수사를 위한 대통령령 '검찰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에 관한 개정안을 발표하는 모습. 2019.10.14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취임 35일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전 검찰 특수부 축소·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방안을 직접 발표한 조 장관은 오후에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오늘 법무부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2019.10.14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취임 35일 만에 전격 사의를 표명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오전 검찰 특수부 축소·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방안을 직접 발표한 조 장관은 오후에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오늘 법무부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2019.10.14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박영래 기자,서순규 기자,지정운 기자,전원 기자,허단비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취임 35일만인 14일 전격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자 문재인 정부 최대 지지기반인 광주·전남지역민들은 깊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 뉴스1이 광주전남지역 곳곳에 만난 시민들은 대부분 '안타깝고 아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조국 장관의 희생'을 불쏘시개 삼아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주부 이모씨(48·여)는 "너무 아쉽다. 여기까지 왔는데 '불쏘시개' 역할만 하기에는 조국 장관의 개인적 희생이 너무 컸다"며 "검찰 개혁의 마무리까지 지었으면 조금 더 나았을 텐데 너무 속상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광주송정역에서 TV로 조국 장관 사퇴를 시청하던 회사원 김모씨(49)도 "너무 가슴 아프다"며 "조국 장관과 관련한 비리 의혹은 밝혀지지도 않았고 나경원이나 황교안 등 자유한국당과 비교하면 비리도 아닌데 물고 늘어졌다. (조 장관을)지키지 못해 너무나 마음 아프다"고 한탄했다.

광주의 한 대기업 간부인 최모씨(53)는 "아쉽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갔으니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말했다.

◇ "조국 장관 지키지 못한 민주당 '실망'"

조국 장관을 지켜내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남 순천에서 만난 퇴직 교장이라는 허정씨(67)는 "조 장관의 사퇴소식에 너무나 안타깝다. 조 장관을 지켜내지 못하는 대통령과 민주당의 자질과 무능에 실망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민주당은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도 지키지 못했는데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득권을 쥔 세력이 모두 뭉쳐 들고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도 욕 좀 얻어먹는다는 생각으로 밀리지 말고 개혁을 진행했어야 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 장관 사퇴는 그를 지키고 검찰을 개혁을 외치며 서초동 촛불을 밝힌 시민들을 실망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조국 희생의 성과…정치검찰과 부역하는 언론 적폐 드러내

시민들은 조 장관의 전격 사퇴에 안타까워하면서도 그의 희생을 통해 이룬 성과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우선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치 검찰과 부역하는 언론'이라는 검은 커넥션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동구에서 만난 이모씨는 "조국 사태를 보면서 검찰과 언론이 어떻게 유착하는지 유착 프로세스가 드러났다"며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고 언론은 받아쓰면서 얼마나 왜곡되고 각색되고 확대재생산되고 정치적으로 이용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건 조국 희생을 딛고 얻은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관통하는 각종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펼쳐져 있다"며 "문제의 해답을 찾고 마무리하는 것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고 이끌어 가야 할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 무소불위 검찰의 칼춤…검찰개혁 한목소리 성과

무소불위 권력을 가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절절하게 느꼈다는 점도 큰 성과로 꼽았다.

직장인 오모씨(47)는 "조국 장관 사태로 검찰이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는지, 검찰이 얼마나 마음대로 칼춤을 출 수 있는지가 드러났다"며 "믿을 수없는 검찰, 신뢰 못하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반세기만에 드러난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검찰의 조국 장관을 향한 수사 '잣대'가 자유한국당과 검찰 내부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놨다.

회사원 김모씨(42)도 "조국 장관에 대해 먼지털이식 수사한 검찰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해 어떻게 수사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검찰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치 검찰' '떡검' '개검'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 장관이 어떤 형태로든 사법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어서 버텼고, 그 과제를 분명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35일이 짧았지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위안을 삼았다.

◇ 검찰개혁 동력 상실 우려도…후속 조치 필요

김영미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비록 35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조국 장관이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내놓은 검찰개혁안은 지엽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설립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관련 법 통과를 비롯한 후속조치 등 본격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하는데, 새로운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등 공백이 예상된다"며 "내년 총선 전까지는 검찰개혁이 탄력을 받아 이뤄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정준호 변호사는 "광주는 다른 지역에 조국 장관 옹호여론이 높았는데 그 명분이 검찰개혁이었다"며 "법무부와 검찰이 개혁안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 장관이 사퇴하면서 개혁 동력의 한축이 상실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이 새로 임명되려면 상당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검찰개혁 명분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차원에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검찰개혁 과제는 완수해야

시민들은 조국 장관이 사퇴했으나 검찰개혁 과제는 완수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광주시청 공무원 박모씨(57)는 "검찰이나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조국 장관과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 어느 것이 진실인지 몰라 혼돈스러웠다"며 "하지만 조국 장관의 사퇴로 검찰개혁에 대한 동력이 약화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동안 권력에 아첨하고 약자에게 군림했던 검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검찰이 자성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이 되돌릴수 없는 검찰개혁을 이뤄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인 김옥열 다큐디자인 대표(54)는 "전격 사퇴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판단하고 싶지 않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개혁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 등을 완성하는 기회, 그리고 이런 논란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에서 만난 이모씨(63)는 "조국 임명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문 대통령과 민주당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는데 늦었지만 사퇴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국민대통합으로 글로벌경제 위기를 헤쳐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성용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은 "조국 장관이 사퇴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간 것 같다'며 "지금까지는 거리 싸움이었지만 이제 당정청 검찰개혁안이 확정되고 넘어간 만큼 국회에서 싸움이 될 것이다.
국회에서 검찰 개혁안이 통과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조국 장관 말처럼 불쏘시개 역할이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검찰개혁안을 야당이 환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들이 촛불을 들면서 상반기 패스트트랙 정국처럼 막지 못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광장에서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구호가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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