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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격사퇴 이유…'정권 부담·가족 고통·檢개혁 완성'

뉴스1

입력 2019.10.14 15:20

수정 2019.10.14 21:14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에 관한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 장관은 3시간 뒤인 오후 2시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2019.10.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등에 관한 개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조 장관은 3시간 뒤인 오후 2시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2019.10.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손인해 기자 = 검찰개혁을 강력히 추진하던 조국 법무부장관이 임명 35일 만에 전격 사퇴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등 정부·여당에 미치는 부담과 가족의 건강문제 및 수사·재판 대응의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장관은 검찰개혁과 관련 지난 13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도 거취에 관해 언급하거나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을 봐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 검찰 특별수사부 축소 등 검찰개혁방안을 직접 발표할 때 역시 "공수처 도입, 검경수사권 조정 입법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저는 '검찰개혁의 도약대'가 되겠다"고 했다.

불과 3시간 뒤인 이날 오후 2시 조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사의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개혁안을 발표한 뒤에야 법무부 직원들과 점식식사를 하며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가 점심 식사 도중 급하게 청와대로 복귀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사직인사에서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가족이 수사나 재판을 받을 경우 정부·여당이 1년도 남지 않은 총선을 대비하는 데 부담이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7일부터 8일, 10일부터 11일까지 나흘 동안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10월2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임 127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41.4%로 지난주보다 3.0%p 하락했다.

정치권이 조 장관 거취를 두고 '강 대 강'으로 대립하면서 민생문제가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조 장관을 지지하는 서초동 촛불집회와 사퇴를 촉구하는 광화문집회 등 국민여론도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

조 장관은 가족 문제를 돌봐야 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며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Δ자녀 입시 부정 Δ사모펀드 Δ웅동학원 등 이번 수사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꼽히는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건강 문제가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교수는 병원에 입원했었고, 자택 압수수색 당일에도 건강문제를 호소했다. 그는 이날을 포함해 총 5차례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는데 건강 문제로 실제 조사 시간은 길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장관은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법률전문가인 조 장관이 '자연인'으로서 정 교수 등 가족들의 수사와 재판 상황에 적극 대응해야 할 시점이 온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소환조사 절차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결정 시기는 이르면 이번 주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또 정 교수 이미 기소된 '동앙대 표창장' 위조 혐의에 관한 재판에도 나서야 한다. 오는 18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예정이다.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지만 공판이 시작되면 출석해야 한다.

조 장관의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도 조만간 결정될 방침인 데다 조 장관의 5촌조카도 오는 25일 재판이 시작된다.

조 장관이 추진한 피의사실공표 금지, 특별수사부 축소 등 일부 검찰개혁 방안이 이번 수사와 맞물려 진정성을 의심받았던 것도 한 이유로 풀이된다. 그는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5일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딸의 KIST 출입 의혹' 관련 위증 의혹 등 이번 수사와 관련 조 장관을 향해 거세게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한 요소로 꼽힌다.

조 장관은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이라며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주간집계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통계보정은 2019년 7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응답률은 5.6%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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