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강남 집값 급등하자 '지분 쪼개기 증여' 대세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4 06:29

수정 2019.10.14 06:29

입주권 지분 90% 자녀에게 증여, 10%만 보유
정부 자금출처 조사에도 법 망 피해가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지분 쪼개기 증여'가 급증하고 있다. 매물을 전부 넘기기 보다는 배우자나 자식들에게 지분을 나눠서 증여하거나 공동명의로 증여해 증여세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통상 지분 쪼개기는 재개발 지역에서 다가구주택을 여러 개로 구분 등기 해 편법으로 입주권을 받는 것을 말한다.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지분 쪼개기 증여'가 급증하고 있다. 매물을 전부 넘기기 보다는 배우자나 자식들에게 지분을 나눠서 증여하거나 공동명의로 증여해 증여세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통상 지분 쪼개기는 재개발 지역에서 다가구주택을 여러 개로 구분 등기 해 편법으로 입주권을 받는 것을 말한다.


[파이낸셜뉴스] “서울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거래된 15건 중 10건이 증여입니다.”(반포 A공인중개사무소)
다주택자,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자녀 등에 부동산 증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증여세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여전히 증여가 부동산 시장의 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매물 전체를 증여하는 것보다 지분의 일부만 증여해 세금을 줄이는 이른바 '지분 쪼개기 증여'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증여는 1681건으로 전월 대비 76.4% 급증했다. 송파구가 478건으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것을 비롯해 서초구 186건, 강동구 177건, 강남구 78건 등 강남4구의 증여 건수가 54.6%로 서울 전체 증여의 절반을 넘었다.

■지분 쪼개기 증여로 증여세 낮춰
2018년부터 서울과 경기 신도시 지역의 증여가 급증한 이유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타인 간 매매거래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서울 등 핵심지 공급 축소로 인한 중장기적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은 매매가 아닌 증여로 방향을 많이 틀었다.

특히 최근 분양을 앞둔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입주 때까지 매매와 명의 변경이 어려운 상황이라 지분의 일부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분 90%를 자녀들에게 증여하고 본인은 10%만 보유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 나머지 지분을 넘기는 식이다.

반포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반포주공1단지가 사업이 지체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확실시 되면서 분상제를 피하게 된 원베일리가 상대적으로 주목받게 됐다”면서 “서울에서 이 매물을 팔아서 또 다시 이만한 매물을 살 수도 없고 매매도 힘들기에 집주인들이 증여를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매물을 전부 넘기기 보다는 배우자나 자식들에게 지분을 나눠서 증여하거나 공동명의로 증여하는 방법도 늘고 있다. 실제 증여세는 절세하려면 한 명에게 주는 것보다 자녀와 배우자, 또는 자녀 여러 명에게 나눠줄수록 증여세 절세 효과가 크다.

예컨대 3억원에 매수한 아파트가 6억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매도할 경우 40%의 양도세를 내야한다. 하지만 부부 간 증여 시에는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이 없다면 6억원까지 증여세가 없다.

또 다른 반포 공인중개소는 “1주택자는 단독 명의인 경우 9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나 공동명의로 증여하면 추가 12억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면서 “상속인에게 10년 이내에 증여한 자산에 대해서는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10년을 바라보고 지금부터 미리 증여를 준비하고 시간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자금출처조사, 집값 잡기 역부족
최근에는 정부가 불법 증여를 막기 위해 국토부·국세청·금감원·행안부 등 32개 기관을 총동원하는 부동산 자금출처조사에 나섰다. 연령 대비 대출이 많은 아파트 매매뿐 아니라 법인을 통한 거래, 상속·증여 의심사례까지가 모두 대상이다. 현금 위주 거래나 가족 간 대출 의심사례는 면밀하고 폭넓게 조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사가 부동산 증여를 막거나 서울 집값을 잡기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현금이 많이 들어오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편법 증여를 많이 했지만 최근엔 세무사나 전문가들을 통해 철저히 준비하고 증여를 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투자 컨설팅 관계자는 “법적으로 피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편법 증여에 대한 정보가 많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부분 피해간다”면서 “세금을 적당히 내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기에 정부가 조사한다고 해도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증여가 늘어난 것은 양도세 중과나 보유세 등 세 부담도 있겠지만 향후 서울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7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공론화된 이후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 2분기 0.42%의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던 서울 아파트값이 민간 분양가상한제 예고로 7월(0.07%)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와 함께 주택 증여도 5월 1335건에서 7월과 8월 각각 1464건, 2182건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주택 매매 활성화보다 증여가 확대될수록 매물감소 현상이 발생하면서 결국엔 주택거래시장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적인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규제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서울 지역의 공급확대가 필요하다"며 "자유로운 주거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대안으로 취득세, 양도세 등 거래세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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