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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윤씨 "덩치큰 형사가 너 하나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 했다"

뉴스1

입력 2019.10.12 08:00

수정 2019.10.12 11:12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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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1) 이윤희 기자,유재규 기자 = 이춘재(56)가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도 자신이 한 짓이라고 자백하면서 모방범죄로 결론난 화성 8차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경찰도 원점부터 수사를 재개했다. 8차 사건의 관전 포인트는 경찰의 강압수사 여부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양(13)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사건이다.

경찰은 화성연쇄살인과 연관성을 두고 윤모씨(52)를 용의자로 특정했지만, 범행 수법 등이 달라 모방범죄로 결론지었다. 윤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이후 20년형으로 감형돼 지난 2009년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윤씨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사흘 밤낮을 안재우고 갖은 고문에 시달렸다는 윤씨, 그는 자신의 무죄와 과거 수사 형사들의 과오를 밝히겠다며 재심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윤씨는 이춘재의 자백이 나오면서 자신이 범인으로 몰린 배경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윤씨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수사관들이 쪼그려 뛰기를 시켰고, 소아마비 장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해 뛰기를 못하자 형사들이 발로 걷어찼다고 한다. 물도 못 마시게 하고 돌아가며 주먹으로 폭행을 가하는 등 3일간 밤낮 잠을 안재우며 가혹행위를 일삼았다고 했다.

형사가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쓰고 지장도 강제로 찍게 했다. “너 하나 쯤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는 협박성 발언을 내뱉는 형사도 있었다. 윤씨는 덩치 큰 형사로 기억했다. 자백을 안하면 ‘사형’이란 말까지 들었다. 윤씨는 우선 살고 봐야 한다는 생각에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한다.

윤씨는 형사들의 성까지 또렷이 기억했다. 장 형사와 최 형사 등 2명이 주도적으로 강압수사에 나섰다는 게 윤씨의 말이다.

윤씨는 자신의 허위자백을 끌어낸 과거 형사들의 갖은 고문 내용을 근거로 재심을 준비 중이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유일한 증거인 이유에서다.

법원이 윤씨의 재심 사유로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 됐을 때 재심개시 결정을 한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420조 5호’에 부합할 지는 법원이 판단할 몫이다.

과거 담당 형사들의 거센 저항도 윤씨의 재심 결정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이다.

이들은 “국과수 감정결과를 근거로 윤씨를 범인으로 특정했기 때문에 고문 등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압수사 의혹을 정면 부인하고 있다.

윤씨의 재심은 박준영 변호사가 맡게 된다. 박 변호사는 삼례 나라슈퍼·익산 약촌오거리 사건 재심을 맡아 무죄를 이끌어낸 인물로 유명하다.

박 변호사는 뉴스1과 통화에서 “경찰의 강압수사와 더불어 이춘재의 자백이 재심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경찰 수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 보다는 그것과 무관하게 변호인 측에서 필요한 시점에서 재심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경찰도 8차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춘재로부터 유의미한 진술도 받아냈다.
8차사건 당시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다만, 의미 있는 진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수사단계란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이 한 짓이라고 번복 없이 자백을 일관되게 하고 있다”며 “현재 신빙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밀하게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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