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日 수출규제 100일]부품·소재 경쟁력 강화 '안간힘'…"전화위복 계기 삼아야"

뉴시스

입력 2019.10.11 15:27

수정 2019.10.11 15:27

삼성·현대·효성 등 소재부품 대규모 투자 발표 LG화학 일본산 분리막 물량 줄이고 대체재 확보 일본 의존도 큰 아킬레스건 드러나…"불확실성 우려"

【아산=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0일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10.10. since1999@newsis.com
【아산=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10일 충청남도 아산시 탕정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10.10.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일본이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지 100일이 됐다.

애초 우려보다 타격은 크지 않았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에 우리가 취약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지난 7월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감광액, 고순도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8월28일부턴 한국을 화이트 국가(수출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조치도 강행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반도체 소재 부품에 이어 공작기계 및 탄소섬유, 첨단소재 등이 2차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며 산업 전반으로 규제가 확산되리란 비관적 전망이 컸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으로 전방위 수출 규제로 인한 일본의 피해는 적고 한국의 피해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다.

우려와 달리 일본 정부는 개별 수출규제 강화 품목을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재료에서 더 늘리지 않고 자율준수기업에 한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CP제도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하지 않은 이유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우회 수입 통로를 찾고, 핵심 소재 국산화에 나선 덕에 소재 확보 '대란'은 비껴갔다. '직격탄'을 맞은 삼성·SK는 '비상 경영'을 내걸고 탈일본 전략을 추진했다.

LG화학은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배터리 소재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그간 일본산 분리막을 많이 써왔던 LG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지정 철회가 예고됐던 한 달 전부터 일본산 물량을 줄이고, 국산과 중국산 등의 물량을 늘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일본 노선을 줄이는 대신 중국·동남아 등으로 노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효성 탄소섬유 투자계획 기자간담회 및 현장 시찰이 29일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주) 전주 탄소섬유공장에서 실시된 가운데 향후 건립될 공장에 대한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2019.08.29.pmkeul@newsis.com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효성 탄소섬유 투자계획 기자간담회 및 현장 시찰이 29일 전북 전주시 효성첨단소재(주) 전주 탄소섬유공장에서 실시된 가운데 향후 건립될 공장에 대한 모형이 만들어져 있다. 2019.08.29.pmkeul@newsis.com

현장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장기적으로 국내 화학소재 기업에게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특히 탄소섬유와 아라미드(섬유)·투명 PI필름은 이미 한국 기업이 상업 생산 중으로 공급 안정을 위해 국내 화학 업체 소재 사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들 소재는 일본 비중이 크지만 대체가 어렵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주요 소재·부품에 대한 기업의 투자도 확대됐다.

효성은 1조원 투자를 통해 내년부터 전주에 위치한 탄소섬유 공장을 추가 증설하기로 했고, 현대모비스도 2021년 친환경 차 부품 양산을 목표로 3000억원 규모의 공장 신설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은 7년간 13조1000억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부문 투자 계획을 아산에서 발표한 바 있다. 반도체 소재·부품 등 3개 프로젝트에 대한 외국인 투자 기업의 국내 투자 의향도 확인됐다.

다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급한 불은 껐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우려하며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원상회복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제1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일본의 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의 조달 차질로 당장 생산 피해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일 양국 모두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사건의 핵심은 불확실성"이라며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 등 전 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이 굉장히 넘치고 있는데 한국은 여기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기업 경영에 있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공급선 다변화와 국산화 등으로 기업이 대응하고 있지만 일본으로부터 모든 소재를 국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외교 갈등에서 불거진 문제인 만큼 어느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세철 씨티그룹 조사분석부 실장은 "일본 수출규제 사태와 관련해 신기한 점은 가장 대체가 어려울 것부터 풀어주는 것이다. 일본도 한국에게 세게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내부에서는(현지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일본이 한 번 액션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우리 아킬레스건이 건드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je1321@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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