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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신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 "아시아 국가간 펀드패스포트 도입, 세계적 경쟁력 갖춰야" [인터뷰]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9 18:15

수정 2019.10.09 18:15

장기투자 원칙 고수한다면
한국 펀드, 유럽시장서 승산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상대
세계 무대서 인정 받으려면
ARFP통해 빗장 먼저 풀어야
양제신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 "아시아 국가간 펀드패스포트 도입, 세계적 경쟁력 갖춰야" [인터뷰]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7%에 달한다. 주식투자 비중이 69%가 넘는 데다 10년 주기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하는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한다. 국내 펀드시장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전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펀드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양제신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대표(사진)는 9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양 대표는 지난달 22~29일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운용사 사장단 20여명과 금투협이 해마다 주최하는 '뉴포트폴리오(NPK)' 행사를 통해 룩셈부르크와 노르웨이,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노르웨이 장기투자로 금융 특화

룩셈부르크는 인구(66만명)의 40%가 금융업에 종사하는 만큼 유럽 내에서도 금융특화 도시로 입지를 다졌다.
룩셈부르크가 금융특화 도시로 거듭난 배경에는 유럽 국가 중애서 공모펀드(UCITS)를 가장 빨리 도입한 덕분이다. 그 과정에 '맨코(Manco)'라는 백오피스 조직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양 대표의 설명이다.

양 대표는 "맨코가 펀드의 진단부터 마케팅까지 담당한다. 200여개의 UCITS 관련 맨코가 룩셈부르크 내에서 활동 중이고, 유럽 진출을 위해서는 이들과의 접촉이 필수적"이라며 "에셋플러스의 펀드도 곧 맨코를 통해 사전진단 서비스를 받을 계획이다. 다른 국내 운용사들도 맨코를 통해 잘 활용하고, 장기투자 원칙과 꾸준한 성과가 뒷받침된다면 유럽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룩셈부르크와 노르웨이 등도 한국 펀드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국부펀드라는 한계에도 주식 비중이 69.3%에 달하는 점이 운용사 사장단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올해 7월 말을 기준으로 국내 16.3%, 해외 21.5% 수준이다. 양 대표는 "운용자금이 모두 900조원에 달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세계적으로도 장기투자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매년 7%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에셋플러스를 비롯해 국내에도 장기투자 원칙을 지키고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운용사들에 관심이 많다는 뜻을 전해왔다. 세계적인 국부펀드의 관심이 공모펀드 침체에 빠진 운용업계에 새로운 단비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높다"고 설명했다.

■'공모펀드 구원투수' 펀드패스포트

네덜란드연기금(APG) 역시 국내주식 비중이 33%나 됐다. 원래 주식의 비중이 더 높았으나 최근 대체투자가 늘어나면서 주식의 비중이 낮아졌다. 양 대표는 "룩셈부르크나 노르웨이가 유럽에서 금융강국으로 거듭난 것은 국가적 지원과 함께 장기투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바탕에 있다"며 "고사(枯死) 상태에 빠진 한국 펀드시장 역시 '펀드패스포트'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패스포트는 올해 8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아시아펀드패스포트(ARFP)'는 발급받은 여권으로 다른 국가에 입국하듯 여권처럼 등록된 펀드를 다른 나라에서 쉽게 판매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태국 등 5개국이 지난 2016년 도입을 위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현재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올해 상반기 법적 정비를 마무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펀드패스포트가 본격화될 경우 국내 펀드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양 대표는 오히려 이번 유럽 출장에서 확고한 투자철학이 있다면 해외에서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신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룩셈부르크의 맨코,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검증된 해외 무대를 상대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며 "한국 투자자들의 펀드 보유기간은 1.6년에 불과하다. 국내 투자자나 연기금 모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가적으로도 아시아 펀드패스포트를 통해 빨리 빗장을 풀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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