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 현실성이 중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9 17:33 수정 : 2019.10.09 17:33
정부가 민주당과 당정협의 과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및 중소기업 사업주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방문서비스 종사자, 화물차주, 돌봄서비스 종사자 및 정보기술(IT) 업종 자유계약자(프리랜서)도 2021년까지 산재보험을 확대하고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한 사업주를 현재 상시근로자 50인 미만에서 300인 미만 사업주로 확대하고, 1인 사업자 중 산재보험에 가입 가능한 업종을 현재 12개 업종에서 전체 업종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요지다.

정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특고 종사자 최대 27만4000명과 136만5000명의 중소기업 사업주도 본인이 원하는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근로자재해 배상책임보험 성격으로 출범한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은 애당초 자영업자와 사업주는 적용대상이 아니었고 근로자로도, 사용자로도 명확히 분류하기 어려운 특고에도 산재보험 적용이 어려웠다.
정부는 2008년 보험설계사 등 4개 직종 특고 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당연적용 이후 최근 건설기계 종사자 11만명을 추가하는 등 특고·자영업자에 대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했고, 이번 조치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특고·자영업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극히 저조하다는 것이 문제다. 산재보험 가입대상 특고 종사자 47만명 중 41만명이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했고(2019년 7월 기준), 가입허용 12개 업종 자영업자 65만명 중 산재보험에 가입자는 8930명(2019년 9월 기준)에 불과하다. 기존 적용대상자도 제대로 가입시키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적용확대 조치로 산재보험 사각지대가 획기적 감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근로자성을 100%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고 종사자는 산재보험료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산재보험은 근로자재해에 대한 사용자의 배상책임 원칙에서 시작된 제도이기 때문에 보험료 전액을 사용자가 부담한다. 의무가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사회보험 가입률이 높은 것은 '강제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특고와 같이 적용제외를 허용하거나 자영업자와 같이 임의적으로 하면 가입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들 대상자에게 가입을 의무화하기도 어렵다. 재해위험이 있다 해도 민영 상해보험에 가입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재보험료 부담 주체와 관련된 근로자성격 유무와 관련된 논쟁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가로막는 장해요소다. 이번 정부 발표에서는 빠져있기는 하지만 소득수준이 낮고 재해위험이 큰 직종(퀵서비스기사, 택배기사 등) 특고 대상자에게 종사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 50%를 한시적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배달문화가 활성화돼 오토바이에 의존해 일하는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특별한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명목적으로 대상자를 양적으로 대폭 확대하는 것보다는 고위험군을 확실히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보험의 원리상으로도 중요하고,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시급한 일이다. 특고 종사자 일부에 대한 무리한 고용보험 적용 확대가 신중해야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회보험 적용 확대는 당위성이나 이념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위험에 노출된 당사자 입장에서 판단하고, 실용적인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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