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이춘재 소행?…'청주 가경동 여성 피살' 왜 미제됐나

뉴스1

입력 2019.10.07 11:53

수정 2019.10.07 11:53

1991년 1월 27일 충북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공사장에서 박모양(당시 17세)이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장소. (중부매일 제공) © News1 김용빈 기자
1991년 1월 27일 충북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공사장에서 박모양(당시 17세)이 성폭행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장소. (중부매일 제공) © News1 김용빈 기자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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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스1) 박태성 기자 =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추가 자백한 청주 범행 2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991년 1월부터 1994년 1월까지 청주에서 발생한 미제 살인사건은 모두 5건이다.

이 가운데 1991년 1월27일 발생한 '청주 가경동 택지조성공사장 여성 피살·주부 강도 사건'이 이춘재의 자백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큰 사건으로 꼽힌다.

화성 연쇄살인사건과 범행 수법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인데, 이 사건은 30여년 가까이 미제로 남아 있다.

사건 발생 당시 용의자 A씨(당시 19세)가 경찰에 붙잡혔지만,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 사건은 미제사건이 됐다.

청주지법은 1991년부터 1993년 6월까지 장기간 재판을 심리한 끝에 A씨에게 씌워진 모든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7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국회의원(경기 수원)이 제공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강간치사와 강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 공소사실을 보면 A씨는 1991년 1월26일 오후 8시30분쯤 청주시 가경동 택지개발공사장을 지나던 박모양(16)을 제압한 뒤 30m 떨어진 공사장 하수구흉관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A씨는 박양의 양말과 속옷 등으로 입을 막고 양손과 양발을 결박한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인기척에 놀라 행동을 멈추고 박양을 23m 떨어진 곳에 수직으로 매설된 1.5m 깊이의 하수구흉관으로 옮겨 숨지게 했다.

사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상기도폐쇄 질식사'였다. 화성 사건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목 졸려 숨진 것이다.

A씨는 같은 날 오후 8시50분쯤 이곳에서 집으로 향하던 B씨(여·32)도 덮쳐 근처 하수구흉관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곳에서 A씨는 스타킹을 벗겨 양손을 묶고, 12만원 상당의 금품과 현금을 빼앗아 달아났다. 성폭행 등의 다른 범행은 없었다.

경찰 수사 이후 A씨는 검찰과 법원에서 이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는 사건 담당 검사와 A씨가 대화한 '녹음테이프'가 증거로 제출됐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B씨 등 관련자들의 증인신문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 녹음테이프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여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 수사에서 담당 검사와 피고인이 대화하는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의 검증조서로서 이러한 녹음테이프의 내용은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신문조서와 같다고 볼 것이다"며 "검사가 피고인의 진술을 들음에 있어 미리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증거로 제출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진술조서 등은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점, 공판 과정에서 A씨가 진술이나 범행 재연의 상황을 모두 부인하는 점 등을 이유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가관과 법정에서 오락가락했던 강도사건의 피해자 B씨의 진술과 증언 역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B씨는 범행 이후 A씨를 처음 만난 직후에 '피고인의 목소리가 범인과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경찰 3차 진술)'고 했다.

그러다가 경찰 4차 진술에서는 '범인 음성과 너무 똑같았다'고 번복했고 재판 증인신문에서는 '목소리가 긴가민가해 잘 모르겠다'고 재차 말을 바꿨다.

또 사건 직후 범인의 얼굴 윤곽에 대해 '정확히 모르겠다(경찰 1차 진술)'고 했던 B씨는 경찰 4차 조사 이후 피고인을 만나고 나서는 '사건 당시 인상착의를 봐뒀기 때문에 범인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범인이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고, 당황해 범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확신은 없지만 범인이 피고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씨 진술의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술이 명료해지고 있는 점에 비춰 진술은 신빙성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밖에 압수물이나 감정서의 기재만으로 공소사실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범죄의 증명이 없을 때에 해당함으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검찰의 항소 여부 등 상급심 재판 기록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범인을 확인하지 못한 채 30년 가까이 미제사건으로 남은 사건이 이제라도 해결될 수 있을지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는 경찰 조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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