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쪼그라든' 중산층과 도심 집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6 17:43 수정 : 2019.10.06 17:43
수백만명이 모여서 집회를 하면 얼마만큼의 공간이 필요할까. 서울 거리에 과연 그만한 사람이 모일 수 있을까.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 10월 3일 광화문 일대에서 개최된 '반조국 및 문재인 정권 규탄' 집회는 참가인파 숫자가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조국 법무장관을 놓고 찬반의 정치적 색깔이 뚜렷한 집회였던 만큼 수치 공방은 치열했다. 200만, 300만명이라는 숫자에 집착할 근거는 있다. 정치적 '세싸움'은 일정부분 머릿수로 결정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 이를 부풀린다.
힘의 논리다.

다만 서초동이든 광화문이든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있다. 두 집회 모두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였다. 여야 모두의 반응이다. 모인 인원이 10만, 20만명이라고 전제해도 동원을 한다고 이 정도 인원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누가, 그것도 자발적으로 움직였느냐가 초점이다. 과거 한국 사회 변혁의 시기마다 등장했던 소위 중산층이 움직였다는 추론이 나온다. 한국사의 중요한 시기에 저울추를 한쪽으로 기울게 했던 힘은 중산층 합류 여부에서 나왔다. 지역에서 전세버스를 동원했든, 안했든 그 정도 인파를 서울 도심으로 끌어모을 수는 없다.

중산층은 속성상 안정을 추구한다. 불안을 싫어한다. 앞장서 움직일 사람들이 아니다. 속된 말로 '친조국'이든 '반조국'이든 거리를 꽉 메운 인파 속 상당수가 중산층으로 추정된다는 게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조국 법무장관 관련 의혹들과 임명 강행 등 일련의 사태를 보고 분노했든, 아니면 검찰개혁 필요성을 절감해서 거리에 나왔든 간에 말이다.

중산층의 공개적 행보는 복잡한 함의가 있다. 최근의 중산층 감소와도 연결돼 있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지만 통상 '중위소득의 50% 초과 150% 이하'에 분포된 소득계층을 중산층으로 본다. 올해 한국의 중위소득은 4인가구 기준 월 461만원이다. 230만~690만원을 벌어들이면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중산층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올 2·4분기 기준으로 58.3%다. 2015년 67.9%, 2016년66.2%, 2017년 63.8%, 2018년 60.2%였다. 70%에 육박했던 비중이 50%대로 추락한 것이다. 물론 통계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줄어든 중산층이 중위소득 150% 이상의 상위 소득계층으로 편입돼 2015년에 비해 상위계층 비율이 5%포인트 이상 늘었다는 분석이다.

다시 중산층 문제에 집중하자. 같은 통계를 놓고 어떤 분석이 맞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두 집회 모두 중산층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게 중요하다. 정치적 의미는 차치하고 중산층이 불안해한다는 의미여서다.

주말마다 서울 거리를 메우는 정치이슈 가득한 집회를 보면서 중산층 복원, 나아가 중산층 구하기의 시급성을 본다. 중산층이 위축되면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정치사회는 불안해질 여지가 그만큼 높아진다. 중산층이 해왔던 사회통합의 안전판 역할이 줄기 때문이다. 두툼한 중산층은 내수의 버팀목이기도 하다. 규제완화와 산업구조조정 등의 정책적 노력으로 중위임금을 비롯한 중산층 이상의 임금을 올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두 집회가 던지는 화두는 중산층 복원이다. 나아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실패일 수도 있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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