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300만 집회' 들뜬 한국당, 장외집회 다음 전략은?

뉴시스

입력 2019.10.05 11:00

수정 2019.10.05 11:00

국정감사 막 올랐지만 집회 사활 걸며 장외투쟁 당 지도부, '87년 넥타이부대' 비교하며 한껏 고무 민생 외면·국론 분열 비판, 장외전 장기화 부담 탄핵,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등 원내 전략도 난망 국민들 피로감…당 지지율 반사이익도 못 얻어 정부 실정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비전 제시해야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에서 참석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2019.10.03.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에서 참석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2019.10.03.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정기국회가 열리면서 국정감사는 막이 올랐지만 자유한국당이 장외전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자칫 '광장 대결'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갈수록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장외전으로 정쟁만 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비판 속에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장외투쟁 다음으로 내놓을 전략의 부재를 우려하는 비관론도 없지 않다.

한국당은 개천절인 지난 3일 광화문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과 구속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갖고 대정부 투쟁의 동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여권의 '조국 수호'를 위한 서초동 집회에 대한 '맞불' 차원으로 열리는 만큼 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우리공화당과 보수 성향의 개신교 단체가 자연스럽게 합세한 이날 집회는 광화문광장은 물론 시청 앞 서울역으로까지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한국당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집회참석 인원을 300만명 이상 집계한 것도 이러한 당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히 깨부수고 한 줌도 안 되는 조국 비호세력의 기를 눌렀다"며 "묵묵히 각자의 일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침묵하는 중도우파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지난 87년 넥타이부대를 연상케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지극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다"라고 평가했다.

황교안 당대표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법치를 농락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이었다"며 "10·3 국민주권 대투쟁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제 길로 돌려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9.10.03.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19.10.03.jc4321@newsis.com
한국당 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에서는 개천절 '300만 집회'를 기점으로 보수대통합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이참에 보수대통합의 불씨를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탄핵의 여진은 깨끗이 씻어 버리고 모두 하나가 되어 자유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자"고 강조했고,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조국파면을 위한 전국연대(가칭)' 구성을 위한 비상원탁회의를 제안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군중 동원' 집회로 평가절하하며 공세를 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동원 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규정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한국당이 총동원령을 내린 집회"라며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를 팽개치고 민생을 외면한 채 거리에서 선동을 이어가고, 가짜뉴스를 퍼나르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여당이 이제 와서 적고 많음은 본질이 아니라고 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유리할 때는 200만(명), 불리할 때는 숫자는 본질이 아니라는 스스로도 부끄럽고 민망한 태세전환을 보여주고 있다"고 역공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300만 집회' 다음 한국당의 전략으로 옮겨지고 있다. 정기국회가 야당의 무대나 다름없는 만큼 '광장 정치'를 계속 끌고만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여권은 한국당의 집회 신고를 걸고 넘어졌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9월23일부터 10월21일까지 매일 한달 내내 광화문 인근 알짜배기 장소 두 곳에서 집회하는 것으로 (경찰에) 신고해뒀다"며 "결국 제1야당인 국회의 가장 큰 책임과 역할인 국정감사를 애당초 포기하고, 관심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여(對與)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는 묘안이 절실한 상황에서 한국당은 정기국회 시작 무렵 원내 투쟁과 원외 투쟁, 정책 투쟁을 병행하는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한 바 있지만 효과를 낙관하긴 힘들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단식중인 이학재 의원을 비롯한 당원들과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03.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단식중인 이학재 의원을 비롯한 당원들과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0.03.jc4321@newsis.com
국정감사마다 '조국 타령'만 한다는 여권의 비아냥과 함께 석달여간 쉬지 않고 이어지는 '조국 정국'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당 지지율은 대체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박스권에 머물며 '조국 악재'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원내 투쟁의 경우 장관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 등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나 범야권에서 호남 의원들의 참여 가능성이 낮아 추진력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국정조사요구서와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제출했지만 여당과의 협상이 난망하거나, 헌재 결정에 시일이 걸린다는 점은 한국당으로서는 부담이다.

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장외투쟁 이후 원내 전략은 조만간 의원총회 등으로 의견수렴을 거쳐 지도부가 결정하지 않겠나"라면서도 "지금 당 분위기를 보면 국민들의 조국 퇴진 요구가 높은 만큼 한동안 장외투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외투쟁은 원내(지도부)보다는 당대표 의중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집회를 언제까지 계속 이어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국당이 문재인 정부 실정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현 정권과 확실한 차별화가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만큼 정책투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당 안팎에서 나온다. 한국당은 지난 달 민부론을 발표한데 이어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대안정책을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 한국당이 민주당과 장외집회 인원을 놓고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닌데 지켜보고 있으면 답답하다"며 "장외투쟁 다음 전략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조국 국감' 끝나고 정국 주도권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지도부가 고민해야 하지만 큰 기대를 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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