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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살인범 이춘재, 제2의 범행장소로 ‘청주’ 선택했나

뉴스1

입력 2019.10.05 08:01

수정 2019.10.05 08:01

25일 오후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모습을 공개했다. (MBC캡쳐) 2019.9.25/뉴스1
25일 오후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모습을 공개했다. (MBC캡쳐) 2019.9.25/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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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충북=뉴스1) 이윤희 기자,유재규 기자,박태성 기자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주범임을 자백한 이춘재(56)가 화성에 이은 제2의 범행장소로 충북 청주를 계획적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화성사건 용의자로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계획적으로 청주에 직장을 잡고 거주지를 옮긴 뒤 범행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춘재가 청주에 머무는 동안 부녀자를 상대로 한 미제사건은 5건에 달한다. 이들 미제사건과 화성사건 범행 수법이 거의 유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의혹에 힘이 실린다.


범행시기도 충분히 의심할 만한 대목으로 꼽힌다.

이춘재가 청주를 오간 시점부터 부녀자를 상대로 한 사건이 발생하는 동안 화성에서는 단 한건도 유사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5일 경찰에 따르면 1991년 1월부터 이춘재가 처제강간살인 혐의로 수감된 1994년 1월까지 미제사건으로 기록된 청주 부녀자 살인사건은 모두 5건으로 기록돼 있다.

이춘재는 1991년 1월부터 직장 문제로 청주를 자주 오갔다. 이후 6개월 뒤 건설회사에서 굴삭기 기사로 취직한 이춘재는 직장 동료와 결혼을 하게 되고, 2년 뒤인 1993년 4월 청주로 주소지를 옮긴다.

청주사건은 이춘재가 청주를 오간 시점인 1991년 1월부터 발생한다.

1월27일 청주 가경동 택지개발 공사장에서 여고생 박모양(17)이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두 달 뒤인 3월 7일 남주동에서 가정주부 김모씨(29)가 잇따라 살해된다. 당시 박양과 김씨는 입에 재갈이 물리고, 양손이 묶인 채 숨진 것으로 기록됐다.

사건은 이듬해인 1992년에도 3건이나 더 발생한다.

1992년 4월18일 봉명동 식당 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이, 닷새 뒤인 23일에는 강내면(당시 청원군) 한 공사장에서 20대 여성이 암매장된 사건이 추가로 터져 나왔다. 당시 이 여성은 40㎝ 깊이 땅속에서 알몸인 상태로 스타킹에 양손이 묶인 채 발견됐다.

마지막 사건은 두달 뒤인 6월25일 복대동에서 발생한다.

이모씨(28)가 자신의 집에서 하의가 벗겨진 상태로 전화기 줄에 목이 졸려 숨진채 발견된 사건이다. 숨진 이씨의 집은 이춘재가 처제를 살해했던 장소인 자신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이었다.

청주사건을 종합하면, 범행 대상과 수법 등이 화성사건과 매우 유사했던 것을 볼 수 있다. 범행 시기도 이춘재가 직장 문제로 청주를 오간 시점과 맞아 떨어진다.

화성사건 당시 용의자 신분으로 3차례 조사를 받은 이춘재가 심적 부담을 느끼고, 제2의 범행장소를 물색하던 중 청주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경찰은 이춘재가 청주를 오가기 시작한 1991년 4월 이후 화성연쇄살인이 멈추고, 처제를 강간·살해해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1994년 1월 이후부터 청주 부녀자 살인사건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이춘재가)범행을 하기 전 청주에 직장을 마련하고 우선적으로 지리감을 익혔을 것”이라며 “화성사건도 지리에 능통한 인물이었다. 청주사건도 마찬가지로 지리를 파악한 뒤 범행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주범이란 사실은 지난 1일 세상에 드러났다.

그간 경찰과의 대면조사에서 범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해 온 이춘재는 화성사건 외에 5건의 살인과 30여차례 강간도 했다고 털어놨다. 전날(4일) 있은 11차 대면조사에서는 모방범죄로 종결된 8차 사건마저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진술했다.


이춘재는 그림을 그려가며 추가 살해 5건 중 3건은 화성일원, 2건은 청주였다고 진술하는 등 자신의 범행 장소를 똑똑히 기억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경찰 관계자는 “청주사건과 이춘재와의 연관성을 찾고 있다"며 "다만,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인지 더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
현재 자백내용에 대한 수사기록 검토, 관련자 수사 등으로 자백의 임의성, 신빙성, 객관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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