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 작품 '진화된 의회', 150억에 낙찰

뉴스1

입력 2019.10.04 15:32

수정 2019.10.04 15:32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얼굴 없는 영국의 유명 거리미술가 뱅크시의 작품으로 하원에 침팬지들이 가득한 모습을 담은 풍자 그림 '진화된 의회'가 약 990만파운드(약 150억원)에 낙찰됐다. 뱅크시 작품 중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3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진화된 의회' 작품은 987만9500파운드에 낙찰됐다. 뱅크시는 해당 작품 낙찰 소식에 인스타그램에 "뱅크시 그림이 오늘 밤 경매에서 최고가를 경신했다"며 "그것을 아직도 갖고 있지 않다니 부끄럽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최고가를 기록했던 뱅크시 작품은 '티끌 하나 없이 유지하라'(Keep it Spotless)였다. 이 작품은 200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87만달러(약 22억3600만원)에 낙찰됐다.


'진화된 의회' 작품은 처음 브렉시트 시한으로 예정됐던 지난 3월29일 브리스톨에 전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작품에 붙여진 제목은 '질의 시간'(Question Time)이었다.

당시 뱅크시는 인스타그램에 "나는 이 그림을 10년 전에 그렸다. 브리스톨 미술관은 브렉시트날을 맞아 이 그림을 전시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가로 4m, 세로 2.5m인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로, 침팬지들이 의원들 대신 영국 하원에 모여 의논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 3월 브리스톨 미술관에 전시되기 전 뱅크시는 이 그림에서 영국 하원 램프를 끄고 대신 침팬지가 바나나를 거꾸로 들고 있는 장면으로 수정했다.

뱅크시는 작품 설명에 "지금은 웃지만, 언젠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지난 2002년 뱅크시가 그렸던 또 다른 침팬지 작품에서 "지금은 웃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책임질 것"이라고 썼던 설명을 비튼 것이다.

뱅크시의 전 대리인이었던 스티브 라자리데스는 CNN에 "'진화된 의회'를 구매한 사람은 이 그림에서 단순히 투자 이상의 가치를 발견했을 것"이라며 "안 그랬으면 차라리 금에 투자하지 않았을까"라고 반문했다.

알렉스 브랜치크 소더비 유럽현대미술 실장은 경매 전 AFP에 "우리가 지난 몇달, 몇주 동안 영국 하원의회에서 봤던 것은 영국뿐 아니라 다른 유럽이나 전 세계적으로도 일일 연속극이나 다름 없었다"고 말했다.

브랜치크 실장은 "그가 여기서 지적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의회민주주의가 종족주의적 동물 행위로 회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뱅크시의 진정한 천재성은 이런 놀라울 만큼 복잡한 논쟁을 하나의 단순한 이미지로 보여주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10월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를 약 4주 앞두고 아직도 EU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라도 강행하겠다고 나서는 보리스 존슨 총리와 어떻게서든 노딜은 막자는 의회가 대립하며 서로 고성을 지르는 의회 모습이 수차례 생중계됐다.


뱅크시는 지난해 10월 '빨간 풍선을 든 소녀' 작품이 140만달러에 낙찰되자마자 자동으로 해당 작품이 액자 안에 숨겨져 있던 파쇄기로 들어가 망가지도록 해 전세계적 화제를 낳았기도 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