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전 세계 이동통신 장비시장에서 삼성은 6~7위권에 불과했다. 반전의 드라마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 5G 통신장비의 보안을 문제 삼으며 '반(反)화웨이' 전선을 형성하자 삼성에 기회가 생겼다. 그 결과 삼성은 전체 이동통신 장비시장에선 여전히 화웨이에 밀리고 있지만 적어도 5G 통신장비시장에서만큼은 주도권을 잡았다. 지난 6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델오로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5G 통신장비시장은 삼성전자(37%), 화웨이(28%), 에릭슨(27%), 노키아(8%) 순으로 재편됐다.
이번 계약은 NTT도코모 등 다른 일본 통신업체는 물론 중동,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는 발판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이번 계약 규모는 20억달러 수준이지만 일본 통신사들이 향후 5년간 5G 전환에 투입해야 할 비용은 3조엔(약 32조5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전 세계 5G 시장 규모는 2020년 378억달러(약 45조2400억원)에서 2년 뒤 4배 이상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삼성이 향후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은 무궁무진한 셈이다.
5G는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부품과 함께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공들여온 4대 신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를 위해 삼성은 지난해 8월 이들 분야에 모두 180조원을 쏟아붓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세일즈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이 5G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다시 쓸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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