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不정책 고교등급제 존재하나…"교육부 조사 필요"

뉴시스

입력 2019.10.01 05:30

수정 2019.10.01 05:30

민간 입시업체, 고교등급제 암시하는 이벤트 진행 대학에선 부인하지만 고교에선 의심 분위기 팽팽 실태 확인 필요, 등급제 실시 땐 교육부 결정 주목
【서울=뉴시스】입시업체 스카이에듀에서 지난 8월 실시했던 이벤트. 고교명을 검색하면 해당 고교의 등급과 평가가 나온다. 2019.10.01. (사진=스크아에듀 홈페이지 캡쳐)
【서울=뉴시스】입시업체 스카이에듀에서 지난 8월 실시했던 이벤트. 고교명을 검색하면 해당 고교의 등급과 평가가 나온다. 2019.10.01. (사진=스크아에듀 홈페이지 캡쳐)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민간 입시업체에서 고교등급제를 암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고교등급제 존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학에서는 고교등급제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일선 고교에서는 이미 고교체제가 서열화 되어 있는 만큼 고교등급제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교등급제 적용 등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 나서는 교육부가 면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입시업체 스카이에듀는 지난 8월 한시적으로 고교등급 관련 이벤트를 진행했다.
안내 문구에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고등학교 수준도 중요한 평가지표", "서울 강남 일반고 1.5등급 학생과 지방 면단위 고등학교 1.5등급 학생을 같은 수준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1764개 전국 고등학교 등급을 모두 알려드린다" 등이 적혀 있다.

'우리학교 수준이 궁금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이벤트는 고등학교명을 검색하면 해당 학교의 등급과 평가가 나온다. 1개 아이디(ID)당 2회씩 검색할 수 있다.

실제로 기자가 검색을 해본 결과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이자 올해 서울시교육청 재지정평가를 통과한 하나고등학교는 '특' 등급을 받고 '최상' 평가가 나온 반면 혁신학교인 인헌고등학교는 '4'등급에 '중' 평가가 나왔다.

스카이에듀 관계자는 "자체연구소에서 학생들의 학력수준 평가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며 "자신이 속한 학교의 수준을 알고 싶어하는 니즈(욕구)들이 있었던 것 같고 좀 도움을 주고자 했다. 고교등급제는 당연히 없다. 대학에서 평가하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공지했다"고 해명했다.

고교등급제는 본고사, 기여입학제와 함께 교육 3불(不)정책 중 하나다. 유형, 지역별로 고교를 등급화하면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학교 간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학생을 평가하고 선발하는 대학에서도 고교등급제 여부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관계자는 "학생들의 학업이나 역량, 적성, 흥미를 깡그리 무시하고 학교를 등급을 매겨 어떻게 평가하나"라며 "3불 정책을 떠나서라도 학교를 보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생을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교에서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몰리는 서울 소재 대학들은 내신 성적 외에도 학교 수준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보는 것이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관계자는 "우리가 봐도 특정 학교에서 내신 등급이 낮은데도 좋은 대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에서도 입학생 중 적응을 잘하고 졸업 후에도 성과가 좋은 학생에 대한 종단연구가 있지 않겠나. 어느 정도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미 고등학교가 유형에 따라 서열화 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 이러한 현실을 거부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는 "영재학교, 과학고, 자사고, 외고 등으로 이미 서열화의 인식이 강해 실제로 학생들도 학업성취도에 따라 그대로 고교에 진학하는데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할 때 이런 부분을 무시하고 다 같은 고등학교의 관점으로만 선발하겠느냐"며 "대학은 고교별로 점수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 하겠지만 고교별로 합격자 내신등급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학종 선발 비율과 특목고 선발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종 실태조사를 나간다고 밝혔다. 고교등급제를 실시하거나 비교과 영역 중 금지한 항목들을 어겼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민간업체에서 고교등급제를 암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고교에서도 의혹을 제기하면서 교육부가 고교등급제 적용 여부를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부가 실태조사를 하면 일반고와 특목고 학생 간 내신 합격선이 엄연히 다른 게 여실히 드러날 것이고 이건 당연히 고교등급제가 적용된 것"이라며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 교육부가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가 중요하다.
고교서열화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면 일반고 중심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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