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대입 개선 논의…"좋은 결과 안나온다"

뉴시스

입력 2019.09.29 08:00

수정 2019.09.29 08:00

정당마다 입시 관련 기구 설치·공청회 나서기도 조국사태 돌파구이자 총선 등 정치적 고려 의혹 정치 입김 작용하면 교육본질 흐려질 우려 나와 "정당은 서포터하고 교육부에 힘실어야" 주장도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교육부 연석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김태년 위원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각 정당별로 대입관련 기구가 설치되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정치권의 개입으로 대입제도 개선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9.09.26.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교육부 연석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가 김태년 위원장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각 정당별로 대입관련 기구가 설치되는 가운데 교육계에서는 정치권의 개입으로 대입제도 개선의 본질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9.09.26.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교육부가 오는 11월 대학입학(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를 위한 개선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일각에서는 정치적 입김으로 인해 제대로 된 방안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국 법무부장관 딸의 대입 특혜 의혹이 불거진 뒤 국민여론이 심상치 않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입제도 재검토를 요구한 것 자체가 "교육을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교육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와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놓기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며,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도 대입 관련 당내 기구를 만들면서 현 상황에 가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 목적에 부합하는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정치권 개입을 최소화 하고 교육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29일 교육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은 저스티스리그, 바른미래당은 입시정의바로세우기위원회 등 입시와 관련된 기구를 각각 당내에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 여부부터 시작해 지난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 공론화, 올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논란까지 3년내내 대입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각 정당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담 기구까지 세우며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와 연석회의를 하며 개선안을 논의 중이고 관련 공청회까지 열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입시와 관련된 지금의 이슈는 '조국 사태'의 연장선이지 처음부터 입시의 형평성 문제로 접근한 건 아니었다"며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와 관련한 공정성 논란이 커지면서 공세를 잡기 위한 자유한국당의 적극적인 활용이 있었고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자녀 입시와 관련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다 보니 자기 쪽으로 유리한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한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정당은) 여론에 민감한 집단인데 국민 여론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걸 감지했다고 봐야한다"며 "내년 총선도 있고 하니 그 부분에 있어서 당마다 공약들을 내놓지 않겠나"고 설명했다.

문제는 정치권의 개입이나 견제가 들어갔을 때 교육부가 온전히 교육만을 목적으로 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내걸었고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2017년 수능개편안을 만들기로 했다. 당시 교육부 수장이었던 김상곤 전 장관은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선호했지만 그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2018년 시민공론화를 거친 끝에 수능위주전형 30% 이상을 대학에 권고한다는, 기존 기류와 상반된 결과물을 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수능을 약화시킬 경우 선거에 불리하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여러차례 제기됐었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교육분야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매년 논란을 만든다는 것"이라며 "2017년에 안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1년을 미뤘고 그래서 작년에 큰 혼란을 치렀고 올해도 예기치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또 특위를 만든다고 한다. 이것 자체가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열었던 공교육 정상화와 입시 공정성 강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발표를 했던 한 인사도 공청회 이후 "당·정이 교육정책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것은 좋지만 당이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개입을 하면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우려는 과거에도 있었다. 수월성 교육과 전인적 교육을 선호하는 각 정치세력이 집권할 때마다 만들고 변형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특수목적고와 혁신학교는 운영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평가와 선정때마다 갈등과 혼란을 표출하고 있다.

정권에 따라 기초학력의 개념과 중요도가 달라지면서 평가방식도 전수시험과 표집시험 등으로 바뀌었고 그 결과 교육당국은 기초학력 미달자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차 뚜렷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2000년대 중반에는 사립학교 이사에 외부인인 개방이사가 포함되는 게 옳은지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했다. 사립학교 운영자와 구성원 등 서로 다른 지지층의 표를 의식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법이 2차례 개정됐으나 추가 개정 논의가 현재진행중이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만약 정당이 참여를 한다면 교육주체들이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정도로 하고 (법안이나 예산 관련) 서포터의 그림이 돼야지 아예 정당이 뭔가를 결정하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렇게 해서 나오는 제도는 설득도 안 되고 혼란만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김정현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대입전형을 놓고 혼란이 계속되면 피해자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라며 "교육부에 강력한 힘을 실어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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