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가습기살균제 재판장-특조위원이 부부 '공정성 논란'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4 17:54

수정 2019.09.24 17:54

형소법상 사건 회피 이유 없지만
'법리 꿰맞추기'등 휘말릴 가능성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담당 재판장과 해당 사건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이 부부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유무죄를 놓고 법정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특조위원의 배우자가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절차적 공정성 훼손 우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제조·판매를 감행하는 등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모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모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 중이다.

해당 재판을 맡고 있는 정계선 부장판사의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는 현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비상임위원이다. 특조위는 지난달 가습기살균제 관련 가해자로 지목된 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청문회를 개최했다. 당시 청문회에서 황 변호사는 참석한 기업인들에게 "진실을 밝히고 구체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방지와 피해자 구제 대책을 이야기하는 게 사과"라고 지적했다.
특조위는 지난 7월에는 가습기살균제 독성실험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대 교수의 상고심 재판부에 의견서를 내는 등 이 사건과 관련해 적극적인 조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판장이 특조위원의 배우자인 경우 형사소송법상 법관의 직접적인 제척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형소법 17조는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이거나 피해자의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인 때' 등을 법관 제척사유로 규정한다.

다만 형소법 24조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 검사나 피고인은 법관의 기피를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 형소법 18조의 규정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사료한 때에는 회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 안팎에선 형소법 24조를 근거로 할 때 정 부장판사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기초조사에 관여한 남편의 관련 사건을 배당받고도 회피를 요청하지 않은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 위반 여부와는 별론으로 먼 친척이 사건과 연관성이 있어도 회피하는 현실에서 남편과 관련된 사건의 심리를 맡는다는 것은 재판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목적의 정당성 못지않게 중요한 게 과정의 공정성인데 특조위원의 부인이 재판장이란 사실이 알려질 경우 사전에 결론을 내놓고 거기에 법리를 꿰맞추는 판결이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관 스스로 사건 회피 드물어

또 다른 변호사는 "사회적 참사의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이란 대의명분을 고려해 본다면 과정에 있어서의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받는 판사의 기피 또는 회피는 무겁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정성 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법관이 스스로 법원이 회피 신청을 할 수 있지만, 법관이 스스로 회피신청을 하는 경우는 드문 실정이다.


그나마 지난 2017년 3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사건을 담당한 이영훈 부장판사가 본인의 장인이 '비선실세' 최순실씨 후견인이라는 의혹이 불거지자 스스로 재판 재배당을 신청한 정도가 최근 사례다.

정 부장판사의 남편인 황 변호사는 "(이 사실에 대해) 법원에 당연히 알렸으며 법원에서 회피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문제될 게 전혀 없으며, 당연히 제가 재판 내용을 (아내에게) 물어보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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