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유럽 3국, 이란에 새 핵합의 마련 촉구...美따라 등 돌리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4 15:42

수정 2019.09.24 15:42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 정상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기후 정상회담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5년 핵합의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 맞서 이란 편을 들었던 유럽 3국이 이달 사우디아라비아 피습과 관련해 이란을 비난하고 새로운 핵합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이란은 유럽마저 미국을 흉내 내고 있다며 적당한 조건 없이 새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도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3일(현지시간) 회동 이후 공동 성명을 내고 이란을 규탄했다. 3국 정상은 지난 14일에 사우디 석유시설 2곳이 순항미사일과 드론(무인기)에 피격당한 사건을 언급하며 "우리는 확실히 이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이란은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장기적인 청사진과 지역 안보와 관련된 협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의 핵심 국가들인 독일, 프랑스, 영국은 지난 2015년 핵합의 당시 러시아, 중국, 미국과 함께 핵합의에 서명했다. 유럽 3국은 지난해 미국의 핵합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합의 유지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이란이 이에 반발해 올해 본격적으로 핵합의를 위반하는 상황 또한 막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이란에게 미국의 제재에 따른 피해 보상으로 150억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신용 한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이달 이란 중앙은행에 추가 제재를 발동하며 가만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FT는 유럽 3국이 이란에 대한 방향을 바꿨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에 동참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국판 트럼프'로 유명한 존슨 총리는 23일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옹호했다. 그는 핵합의를 수정해야 한다며 "내 생각에 더 나은 협상을 할 수 있는, 이란처럼 도를 넘는 어려운 상대를 이해하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나는 새로운 협상이 '트럼프 협상'이 되길 바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매우 뛰어난 협상가다"고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존슨 총리의 발언을 듣고 영국이 이란 문제에 "매우 똑똑하고 매우 강경하다"며 존슨 총리를 추켜세웠다.

한편 이란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유럽 3국의 성명을 비난했다. 그는 유럽이 "미국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흉내 내기보다는 독립적인 길을 가야한다"며 유럽이 그동안 핵합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리프 장관은 "현재 핵합의 내용이 이행되기 전까지 새로운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같은날 CNN과 인터뷰에서 2015년 핵합의보다 강화된 합의안에 서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은 그러기 위해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고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며 "그가 영구적인 제재 해제를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우리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자리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한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이라고 답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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