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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현금없는 사회 ‘9개월짜리 실험’[특파원 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3 18:14

수정 2019.09.23 18:14

도쿄의 한 편의점에 결제 가능한 각종 모바일 페이들을 알리는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도쿄의 한 편의점에 결제 가능한 각종 모바일 페이들을 알리는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 도쿄=조은효 특파원】 '현금 왕국' 일본이 다음달 1일부터 도쿄올림픽 개막 한 달전인 내년 6월까지 현금없는 사회를 향한 '9개월짜리 실험'에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복지 재정확충 목적으로 다음 달부터 소비세율을 8%에서 10%(기본세율)로 인상한다. 동시에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또 각종 페이(pay)로 불리는 모바일 결제를 이용할 경우 결제액의 2%에서 최대 5%까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 환원정책을 실시한다. 쓴 돈의 일부를 돌려줌으로써 증세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고, 자연스럽게 '캐시리스(현금없는)사회'로 유도하는 일종의 두 마리 토끼잡기 전략이다.


선진국 경제에 걸맞지 않은 '캐시리스 후진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인데,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나 판매자 모두 현금 선호 현상이 강한데다 지나치게 복잡한 제도 설계와 제도의 한시성으로 인해 시행 2주를 앞두고, 현장에선 벌써부터 제도 성패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복잡한 제도 설계가 '맹점'

제도의 복잡성은 최대 걸림돌이다. 우선 1차적으로 소비세율 자체가 기본세율 10%, 경감세율 8%(기존 그대로)로 제품마다, 소비방식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생수 등 일부 식자재 등은 '경감세율'이라고 해서 기존 8%가 유지된다. 일례로 생수 소비세율은 8%인데 맥주는 10%가 붙는다. 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먹고 가면 10%,먹지 않고 들고 나가면 8%다. 소규모 식당 등에선 "그냥 소비세율을 일괄 10%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계산이 너무 복잡하다"고 하소연 할 정도다.

다음 단계는 포인트 환급이다. 소비세 10%를 낼 때 이때부터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모바일 페이·교통카드 등 비현금 결제시 포인트가 지급되는데 이 역시 2~5%로 제각각이다. 문제는 모든 점포가 다 환급제를 실시하는 것도 아니라는 데 있다. 포인트 환급제는 사전에 일본 정부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17일 현재 경제산업성에 신청이 들어온 건 전국의 대상 점포 200만개중 60만개(30%)밖에 되지 않는다. 또 같은 간판이라도 해도, 직영점 다르고 개인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점이 다르다. 맥도날드 매장의 경우 2000개 프랜차이즈점은 포인트 환급을 실시하나, 900개 직영점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페이' 성장 기회···난립

현재 일본의 신용카드 ·모바일 결제 등 비현금 결제 비율은 20% 수준이다. 일단 일본 정부는 캐시리스 정책으로 2025년까지 현재의 두 배인 40%까지 확대해보겠다는 목표다.

한국의 캐시리스화 비율이 무려 96.4%(2018년 노무라종합연구소), 영국이 68.7%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현금 선호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케 한다. 판매상과 소비자 양측 모두 '현금사회'에 관성이 강하다는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반면 통신·IT기업들은 이번이야 말로 모바일 페이 사업을 확대할 적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NTT도코모, 소프트뱅크, 라쿠텐, KDDI, 라인 등은 모바일 페이 사업 확대에 나섰다. 자체 포인트 환원 정책에 정부 차원의 포인트 환원이 더해져 가입자를 바짝 끌어올릴 것이란 계산에서다.
일종의 환원경쟁이다.

일례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쓸 수 있는 스마트폰 결제 수단만 10월부터는 무려 9가지가 된다.
이 복잡한 환원 경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 지, 9개월 후면 가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현금일지, 신용카드일지, 페이(pay) 중 하나가 될 것인지.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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