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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자담배 세율 인상 공식화..세수확대·사용자제 ‘두토끼’ 잡나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3 18:08

수정 2019.09.24 09:00

담배간 세율 비교기준 연내 결과
정부, 전자담배 세율 인상 공식화..세수확대·사용자제 ‘두토끼’ 잡나
정부가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제세부담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위 '연초'로 불리는 일반담배에 비해 전자담배 세율이 낮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서다. 이번 결정은 정부가 세수부족을 메울 카드로 활용될 전망이다. 또한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신종 전자담배에 대해 '사용 자제'를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자담배 세율인상 계획이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양순필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담배 간 세율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용역은 기재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와 공동으로 지난 8월부터 진행됐다. 12월께면 연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부처 간 조율을 통해 담배 세율체계를 수술하겠다는 입장이다.

■새 담배 비교기준이 왜 필요한가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이 궐련 대비 각각 90%, 43.2% 수준으로 낮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양 과장은 "궐련 및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의 세율 부과기준이 달라 신종 액상형 담배의 세율이 낮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일반담배 한 갑(20개비)에 붙는 제세공과금은 2914.4원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갑(20개비)에 부과되는 제세공과금은 2595.4원이다. 개비 수는 같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은 일반담배의 90%가량이다. 정부는 일반담배의 80% 세금을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일본 사례를 참조해 90%가량으로 과세했다.

개비 단위로 분류할 수 없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1mL 단위로 세금이 매겨진다. 정부는 삼키고 내뿜는 흡연량을 고려해 전자담배 1mL가 일반담배 12.5개비와 동일하다고 보고 액상담배 1mL당 부과되는 제세공과금을 1799원(폐기물 부담금 제외분)으로 산정했다. 쥴과 같은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 1포드에는 통상 0.7mL의 액상 용액이 들어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폐쇄형 액상 전자담배에는 1mL의 70%가량인 1261원이 제세공과금으로 붙는다.

단순히 한 갑(1포드)을 기준으로 제세공과금을 따진다면 '일반담배:궐련형 전자담배:충전형 액상 전자담배=100:90:43'의 공식이 성립하는 게 맞다. 하지만 흡연량으로 따지면 이들 담배는 같은 비교선상에 놓일 수 없다.

■갑자기 세율조정 검토 이유는

정부가 담배 세율조정을 검토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나선 배경엔 세수부족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20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밝힌 내년도 국세수입은 292조원이다. 정부가 지난해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2020년 국세수입 전망보다 약 20조원 줄어든 수치다.

또한 이번 결정은 최근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불거진 유해성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방책으로도 해석된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에 따른 것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질환 환자가 530명, 사망자는 8명이 발생했다. 환자 3명 중 2명은 18~34세, 16%는 18세 미만이었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 금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제를 권고했다.


이와 관련, 심우섭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정부는 특정한 물품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 중에 하나로 세금을 조절하는 방안을 쓴다"면서도 "담배에 대한 수요는 기본적으로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세금 인상에 따라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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