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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지표물가의 괴리..'디플레 공포'앞당긴다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3 18:02

수정 2019.09.23 18:02

소비자물가 상승률 '마이너스'
격차 6년만에 최대
소비·투자 미룰땐 악순환
한은 통화정책 부담 커져
체감-지표물가의 괴리..'디플레 공포'앞당긴다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가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 격차는 6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 소비자물가가 더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부진도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괴리를 키우는 원인이다.

생활필수품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격차가 확대되면 경제주체들의 소비·투자 심리는 위축된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연쇄적으로 기업은 투자를 머뭇거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저물가 방어를 위해 적극적 통화정책과 함께 정부의 재정을 동원한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지난 8월 물가인식은 2.1%(전년동월 대비)를 나타냈다. 물가인식은 체감물가 상승률을 의미한다. 올해 1월 2.4%에서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지표물가인 소비자물가 상승률(8월, 지표상 0%, 실질적으론 -0.04%)보다 2.1%포인트 높았다. 체감물가 상승률 역시 2013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지만, 지표물가와 격차는 2013년 10월(2.1%포인트)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체감물가와 소비자물가의 하락세와 격차는 당분간 8월 수준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체감물가는 과거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에 의해 형성된다.

실제 올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를 지속하다가 8월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물가상승률의 플러스 전환은 당분간 어렵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연속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겼다.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11월까지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은 지난 8월 2.0%로 떨어졌다. 지난 2002년 2월 통계 작성 이래 최저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악화 중인 체감물가 등은 경제심리를 위축시켜 소비·투자 부진을 부를 수 있다. 신유란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거나 현 상태로 유지된다는 것은 경제주체들이 미래 경제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은 물가하락을 생각해 소비를 미루고, 기업들은 투자해도 미래수익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투자를 미루면서 물가가 더욱 하락하는 경기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또한 영향을 받게 된다. 한은 설립목표 중 하나는 물가안정이다.
경기과열에 의한 큰 폭의 물가상승도 방지해야 하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저물가도 방어해야 한다.

따라서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를 내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수요측 물가를 끌어올려 경기침체가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1.25% 아래로 끌어내리는 방안도 저물가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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