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인테리어도 제품' 고객이 인정… 수백억 투자 이끌어냈죠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3 17:43

수정 2019.09.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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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
셀프인테리어 책 펴낸 유명 작가
균일한 공사 품질 위한 매뉴얼 등
인테리어 시장 표준 서비스 마련
"'인테리어도 제품' 고객이 인정… 수백억 투자 이끌어냈죠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딱 맞지 않았다. 방송국 편성PD로 입사했지만 순환 근무로 예능PD를 맡았을 때가 더 즐거웠다. 밖에서 뒹굴고 밤새며 고생했지만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순환근무 후 원래 자리인 편성PD로 돌아가야 했다.

불현듯 대학생 시절 사업 경험을 떠올랐다.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옷을 떼다 파는 일이었다.
취미라기엔 반응이 너무 좋았다. 월 1000만원 넘게 손에 쥐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엔 대학생이 옷 장사를 한다는 인식 자체도 좋지 않았고 직업으로는 더욱 인정받지 못했던 분위기였다. 자의반 타의반 옷 사업을 접었을 때의 미련이 새삼 올라왔다.

편성PD로 돌아와서는 분출하는 에너지를 취미였던 인테리어에 쏟기 시작했다. 신혼집 인테리어를 셀프로 꾸미면서 블로그에 연재했다. 알짜 정보를 일기쓰듯 풀어나간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책 출판으로 이어진다. 당시 출판된 '인테리어원북'은 지금도 셀프인테리어계의 바이블로 불린다.

'직장은 10년은 다녀야 한다'라는 철학으로 버텼던 그는 딱 10년이 되던 해 퇴사를 하기로 한다. 기회는 바로 왔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윤 대표의 책을 보고 창업을 제안한 것이다.

정보기술(IT) 기반 인테리어 플랫폼 아파트멘터리 윤소연 대표(사진)의 창업스토리다. 창업을 생각지도 않았던 윤 대표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2016년 '인테리어 시공업체'를 만들었다.

주로 동네상권 영세 자영업자가 포진한 이 시장을 윤 대표는 고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파이브(Five)라는 제품 하나로 공략했다. 도배·바닥·인테리어필름·조명·커튼 다섯 개만 바꿔도 공간이 달라진다는 콘셉트였다. 표준 없는 시장에 인테리어 표준을 마련한 것이다.

23일 서울 대사관로 아파트멘터리 본사에서 만난 윤 대표는 "인테리어도 하나의 제품이라는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초창기 도배·바닥 등 시공팀 구축과 똑같은 서비스의 질을 보장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젝트 매니저 육성에 집중했다.

표준을 지키기 위해 기존 인테리어 온오프라인연계(O2O) 업체들과는 달리 직접 시공팀을 꾸렸다. 주문을 받으면 전속 시공팀이 직접 인테리어를 '제작'해 상품으로 내놓는다. 30억원의 시리즈A 투자도 이 부분을 인정받아 유치했다. 윤 대표는 "공사를 균일하게 다룰 수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를 길러내는 매뉴얼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했다.

사업을 이으면서 윤 대표는 아파트멘터리의 중심 가치를 '깔끔한 인테리어'에서 '깔끔한 고객 경험'으로 틀었다. 인테리어라는 '제품' 자체도 좋아야하지만 제품 구매시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윤 대표는 "신경쓸 게 너무 많은 인테리어 과정에서 '아파트멘터리랑 일하면 편하다'는 고객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견적서 양식을 통일하고 필요 시점마다 고객에 안내 문자를 보냈다. 계약 후엔 SNS로 전자계약서를 즉각 발송하는 등 고객이 궁금해 할 부분을 꼼꼼히 챙겼다.

서비스를 향상시켰더니 3040 중·고소득층 고객들이 반응을 보내왔다. 2016년 1월 사업을 개시한 아파트멘터리는 매년 250~300%에 육박하는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연매출은 1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매출 목표는 300억원이다.

최근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 등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KTB네트워크, KB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와 퍼시스그룹 가구 브랜드 일룸이 투자했다. 아파트멘터리는 특히 일룸의 첫 번째 스타트업 전략적 투자를 이끌어 냈다.

비즈니스 영역을 홈퍼니싱 부문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는 아파트멘터리는 투자금을 두 가지 갈래로 나눠 집행할 계획이다. 우선 인테리어 사업 단위를 세분화해 부엌과 욕실 제품을 내년 3월께 신설한다.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확장에도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윤 대표는 "수건, 구스이불, 호텔베딩 등 작년에 고객 요청으로 제작했던 PB 제품들이 반응이 좋았다"며 "이를 제대로 만들어서 종합 홈퍼니싱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파트멘터리가 독일 제조사와 손잡고 내놓은 타월 브랜드 그란은 론칭 4일 만에 판매액 1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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