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각 없는데"… 저출산 대책의 한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2 17:42 수정 : 2019.09.23 10:05

맞춤형 정책 위해 '비혼' 파악 필요
인구정책TF 간접 통계로 참고
통계청 "비혼 판단 모호해 추측"

#1. "여자친구가 있지만 둘 다 결혼할 생각은 없다. 결혼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은 데다가 둘 다 자녀를 갖고 싶은 생각도 없다. 비혼주의자의 노년에 대해 겁주는 주변의 참견도 많지만 일단은 이대로 지내려고 한다."(김정현씨·33)

#2. "연애한 지 오래됐다.
그동안 졸업에, 취업에 바쁘게 달리느라 연애할 틈도, 마음도 없었다. 강아지와 함께 틈날 때마다 여행 다니는 게 꿈이다. 결혼할 생각은 없다."(정모씨·29)

김씨, 정씨와 같은 결혼 의사가 없는 미혼인구(비혼주의자)를 가려낼 수 있는 공식적 통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 문제의 근원에는 혼인율 하락이 있다. 하지만 비혼주의자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파악할 길은 없다. 정부의 저출산 극복정책은 혼인 의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짜인다. 따라서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정책의 효과가 미흡한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이철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운영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 출간한 '저출산·고령화 대응정책의 방향:인구정책적 관점' 연구에 따르면 혼인율 하락은 합계출산율 감소의 주된 이유였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사상 최초로 1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 교수는 △가임기(15~49세) 여성 감소 △만혼·비혼 증가에 따른 기혼여성 비율 감소 △결혼한 부부의 출산율 변화를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직접적 이유로 꼽았다. 이에 따르면 혼인장려책은 기혼여성의 출산율을 높이진 않더라도 전체 가임여성의 출산율은 올린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즉 혼인율이 높아져야 합계출산율도 올라간다는 것이다.

혼인율은 정부 정책으로 제고될 수 있다. 이삼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미혼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연구를 통해 "결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이것이 바로 결혼에 대한 부정적 태도나 결혼 거부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보적 태도 증가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책적 개입(결혼장려정책)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미혼 사유에 따라 맞춤형 혼인장려책이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혼 사유 중 비혼(결혼을 적극적으로 포기하는 태도)은 결혼에 대한 의사가 없다는 차원에서 일반 미혼 사유와 구분된다. 이들에게 전세자금대출 지원책과 같이 신혼부부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방식의 장려정책이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통계청은 비혼인구 규모를 가려낼 수 있는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 그 배경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비혼주의자가 뒤늦게 만혼할 수 있는 등 비혼과 만혼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비혼주의를 판단하는 데 응답자의 주관적 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계청에서는 다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을 마련한 범부처 조직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도 비혼 인구를 추려낼 때 정확한 수치가 아닌 추정치를 참고해야 했다. TF 관계자는 "비혼 추세는 전체 여성인구에 대비한 혼인율이 세대를 지날수록 어떻게 변하는지 보면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한 위원회 관계자는 "통계청은 직접적인 조사 결과를 갖고 있지 않다"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를 참고해 추세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사연은 3년에 한 번씩 이 조사를 실시해 미혼인구(20~44세)의 결혼의향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사의 응답자는 2500명 이내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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