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나"… 청년내일채움공제 형평성 논란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2 17:42

수정 2019.09.23 21:30

외국계 회사·비영리법인 제외
생계형 장기 취준생에게 불리
조기마감으로 기회 놓치기도
세심한 설계로 대상자 늘려야
#1. 인천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작업치료사 김모씨. 김씨는 최근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을 거부당했다. 근무하는 요양시설이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돼 가입대상인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친구들은 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목돈을 모은다"면서 "직장 규모는 비슷한데 누군 되고 누군 안 된다는 거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2. 외국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에 재직 중인 임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지난해 입사하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했지만 지난 5월 고용부로부터 돌연 해지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 부은 적립금을 이자도 거의 없이 돌려받으면서 "외국계 기업은 매출 등 요건을 충족해도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도 공제 가입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고용노동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들이 목돈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22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청년, 정부, 기업의 3자 공동적금으로 2년간 근무하며 300만원을 납입하면 1600만원을, 3년간 600만원을 내고 3000만원을 돌려받아 인기가 높다.

그러나 청년내일채움공제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면서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대상은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해당 법은 외국계 회사나 비영리법인을 중소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법인, 비영리법인 근로자는 청년내일채움공제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같은 의료계에서 일하더라도 병원 종류에 따라 공제가입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개인병원 근로자는 가입이 가능하지만 의료법인으로 등록된 대형병원 근로자는 불가능한 식이다.

고용보험 이력에 따라 제한을 두는 것 역시 '생계형 장기 취준생'에게 불리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최종학교 졸업 후 고용보험 총 가입기간이 12개월 이하인 청년만 가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최종학교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며 인턴 등 계약직으로 일한 청년은 가입이 불가하다. 예컨대 계약직으로 6개월 일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다 다른 회사 인턴으로 6개월 일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대상이 되지 않는다.

마감이 일찍 된다는 점도 청년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올해 청년내일채움공제 3년형은 지난 6월 이미 마감됐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 사이에선 "돈을 모으려면 내년까지 취업을 미뤄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정부는 내년부터 지원인원을 확대하는 등 청년내일채움공제를 개편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입 대상은 그대로다.


고용부 관계자는 "의료법인 근로자의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면서도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상 기금을 활용하기 때문에 법에 정해진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세심한 정책 설계를 위해 가입대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영범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형평성을 위해 대상 확대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융통성을 갖고 가입대상을 넓히고 이를 기업 현장에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은별 인턴기자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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