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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감에 기업인 불러내는 악습 이젠 끊어야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9.22 16:56

수정 2019.09.22 21:13

기업경영 갈수록 어려운데 증인채택 되풀이해선 안돼
여야가 정기국회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국정감사가 다음달 2일부터 21일까지 열린다. 이에 따라 국회는 상임위별로 국감 출석을 요구할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했거나 논의 중이다. 올해도 기업인들을 국정감사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여전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통신3사 경영진을 무더기로 증인으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 대표들도 부르기로 했다. 환경노동위도 LG화학·한화케미칼·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GS칼텍스 등 여수지역 공장장들을 대거 증인채택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정운천 의원은 한발 더 나갔다. 기업규모 1∼15위 그룹 총수를 모두 증인·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신청 사유는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따지기 위해서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이기도 한 정 의원은 나중에 비판여론이 일자 여야 간사 간 협의에서 대기업 5곳의 사장을 부르는 선으로 물러섰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이 세금을 쓰는 공직자들에게 하듯이 민간기업인들에게 따져 묻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이 같은 국감 행태에 대한 자성론도 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불필요하게 기업인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기업 경영의 발목 잡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기업들은 심각한 불황으로 영업이익이 격감하고 재무구조가 나빠지는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재인정부 친노동정책과 미·중 무역전쟁 등 국내외 악재가 겹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기업인들에 대한 정치공세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의 기업인 무더기 증인채택이 국감제도 본연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국정감사는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기관과 공직자를 대상으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다. 기업인을 증언대에 세우는 것은 월권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기업인들을 국감장에 불러내 호통을 치거나 망신을 주는 악습에 젖어 있다. 심지어 증인명단에서 빼주기, 채택된 증인에 대한 질의 안하기 등을 연결고리로 삼아 기업민원을 해결하려는 행태도 없지 않다.
국회는 이제부터라도 경영에 전념해야 할 기업인들을 국감장에 불러내 하루 종일 벌을 세우는 낡은 악습과 과감히 결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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